대선 정국을 맞아 금산분리 논쟁이 한창이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주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담은 경제민주화 5호 법안을 발의키로 결정했다. 이 법안은 금융회사의 일반 계열사 의결권을 5%로 낮추고, 대기업 집단의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을 사실상 강제하며, 금융사 대주주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금산분리 규제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재계가 반발하면서 새누리당도 아직은 당론으로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외국계 금융사의 적대적 인수ㆍ합병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금융산업의 경쟁력 저하도 걱정이며, 대기업의 투자ㆍ고용 위축이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금산분리란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규제이며, 금산분리의 강화란 분리의 정도를 높이는 규제를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갑과 을 두 사람이 사는 마을을 고려하자. 갑은 제조 전문가이고 을은 금융 전문가이다. 만약 갑이 제조업을 소유하고 을이 금융업을 소유한다면 금산분리체제이다. 만약 갑이 금융업과 제조업을 모두 소유한다면 금산결합체제가 된다. 편의상 소유자가 경영까지 담당한다고 해보자. 두 체제를 비교하면, 얼핏 금산결합체제가 더 효율적인 듯싶다. 갑이 혼자서 제조와 금융을 모두 관장하므로 우선 편리하고 두 업무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갑이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함으로써 전체가 실패할 가능성, 즉 시스템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금융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불만일 수 있고, 마을 전체적으로도 을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여 비효율이 발생한다. 한편, 금산분리체제에서는 을이 갑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두 개의 눈이 작동하여 실패확률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이제 한국경제에서 실물과 금융간 역할 분담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과거 개발경제시대에 국가의 희소자원을 제조업과 중화학 공업 등에 집중 투입하여 수출산업으로 육성했고, 그 결과 오늘의 대기업과 재벌이 탄생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 시점에서도 경제의 미래 지속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차세대 성장산업과 내수산업의 육성과 지원이 요구된다. 그런데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자신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르는 차세대 성장산업 또는 내수산업 지원에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시각에서 대기업 또는 재벌 영향력에서 금융을 분리하려는 노력은 평가받을 수 있다.
금산분리 강화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소유 내지 지배권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는 국민정서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게 더 이상 어울리지 않다. 그리고 요즘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제화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금융의 아웃바운드 국제화는 필요하고 인바운드 국제화는 필요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금융의 선진화를 위해 자본보다 국제화로 인한 금융전문성이 더욱 필요하다면 외국자본 진입은 우려만 할 것은 아닐 것이다. 한편 금산분리 강화가 산업자본의 자본투자가 줄어 부족한 국내 금융산업 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이번에 제기된 금융중간지주 방식은 일반지주회사 내 산업과 금융자본 간의 분리를 요구하는 것이며 대기업의 자본출자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중장기 발전과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 금산분리 강화는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이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금산분리 강화방안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특히 경기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 추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래서 금산분리 강화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실천을 담보하되, 현실적인 접근방안 제시 노력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가 금산분리정책의 정착이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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