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알은체하고는 웬일이냐며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쉿 소리까지 내고는, 지금 기찰 중이라고 속삭였다. 갓을 깊숙이 내려쓴 키가 훤칠한 자가 목로로 들어서서 아우와 만나는 것을 보자마자 이준은 곧 쪽지를 적어서 점원 아이에게 내주며 관아에 알리라고 전했다. 담배 한 죽 태울 시각에 군교가 사령 두 사람을 데리고 당도하였는데 그는 전부터 천지도인들의 뒤를 밟았던 경험이 많은 자였다. 그는 슬쩍 들어가서 막걸리 한 잔 시켜서 마시고는 곧장 나왔다.
두 놈 모두 심상치 않아 보입디다. 이 골 사람도 아니고 장사치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끌고 가서 문초를 해볼 만합니다.
이준은 군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자리를 피하여 관아로 돌아갔고, 군교 사령들은 목로에 들어가 두 사람의 호패를 조사한 다음 물을 것이 있다며 관아로 가자고 하였다. 서일수가 버티면서 언성을 높였다.
여보, 호패를 보았으면 됐지 뭘 하러 관가에 간단 말이오?
허어 이 사람이…… 관인이 가자면 순순히 따라올 것이지 화를 내구 그러우. 요즈음 근처 현에서 화적이 들어 경계 중이라오. 곧 끝날 것이니 잠깐 갑시다.
군교가 좋은 말로 구슬리자 서일수는 신통을 돌아보고 말했다.
자네는 여기 기다리구 있게. 내 얼른 갔다가 올 테니……
그러나 그런 말에 넘어갈 군교가 아니었다.
아니 두 사람 다 갑시다.
그러한 때에 손천문은 영문도 모르고 이신통이 잡아놓고 알려준 주막의 내외방에 들어가 곰방대를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일수와 이신통은 하는 수 없이 군교 사령에게 등 떠밀려 목로주점을 나섰고 장터 길로 걸어갔다. 뒷전에 세 군병이 바짝 붙어서 뒤따르고 있었는데 갈래길이 나오자 갑자기 이신통이 걸음을 멈추더니 바로 옆으로 다가서는 군교의 목덜미를 껴안아 허리치기로 넘기면서 서일수에게 말했다.
달아나우!
서일수는 엉겁결에 앞을 막아서는 사령의 가슴을 주먹으로 지르고 옆길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군교는 넘어졌다가 얼른 일어나며 부하들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그놈 놓치지 마라!
사령들이 서일수의 옷자락을 잡아채며 육모방망이로 뒤통수 어깨 가리지 않고 두들겨 패자 그는 땅에 엎어졌고 군교가 서일수의 팔에 오라를 묶었다. 이신통은 그들이 서일수에게 몰린 틈을 타서 멀찍이 달아날 수 있었다. 그들은 서일수를 질청에 있는 형방의 추청에 끌고 갔고 우선 분풀이 겸하여 형리들과 더불어 서일수에게 몽둥이 타작을 퍼부었다. 잠시 내버려두었다가 불러오게 했던 기찰꾼이 들어오자 서일수를 일으켜 앉혔다. 기찰꾼이란 이전에 천지도에 들었다가 일단 경을 치는 대신 관에 붙어서 도인들을 잡아내는 일에 협조하게 된 자들이었다. 개중에는 공을 세워 직임 없는 벼슬을 받기도 했고 어떤 자는 부장이나 종사에까지 오르기도 하였다. 그런 출세를 노리고 일부러 도인이 되어 대와 접에 접근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가 기진맥진한 서일수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고는 얼른 추청 밖으로 나갔고 군교가 따라 나갔다.
틀림없소. 저 사람은 대행수라는 자요. 내가 전의에서 모임에 참례했다가 저 사람이 도리를 가르치는 걸 본 적이 있소.
기찰꾼이 말했고 군교는 얼굴이 벌게졌다. 질청에서 기다리던 이준이 마당에 나와 군교에게 물었다.
뭐라든가?
저 자는 천지도의 대행수랍니다.
같이 있던 녀석은 어찌 되었나?
군교는 거기서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혀를 가볍게 차고는 말했다.
저놈을 잡는 사이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준은 어쩐지 섭섭한 가운데도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안전께 알리고 형방 비장 불러서 추국을 벌여야겠네.
이신통은 그 길로 방을 잡아두었던 주막으로 달려가 손천문 대행수를 불러내어 솔뫼에는 들르지도 않고 밤새 걸어서 청주목 경계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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