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쇄신 논의가 거세지면서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 대선 후보 중심의 당 재편 주장 등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권력투쟁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경선 후보와 지지자, 그리고 지도부는 경선이 끝나면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대의 앞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당 소속 초선 의원 56명 가운데 21명이 참석했으며, 일부를 제외하고는 특정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주장은 경선 이후엔 당의 모든 권한이 대선 후보에게 위임돼야 하고, 대선 후보가 중심이 돼 대대적인 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꼼꼼히 뜯어보면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2선 후퇴, 문재인 후보 선출 시 친노 인사들의 전면 배치 반대 주장 등과 맞닿아 있다. 김기식 의원은 "당 체제가 그대로 선대위로 이어지는 '그 나물의 그 밥'은 곤란하다"면서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앞으로 계파 정치 철폐에 앞장설 것"이라며 "후보 선출 직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요구와 당내 요구를 반영한, 합당한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특히 대선 후보의 당 장악력 확보와 쇄신 의지의 가늠자로 이 대표의 거취 문제에 주목하는 인사들이 많다. 성명에 참여한 한 초선 의원은 "문 후보가 선출될 경우 이 대표에게 휘둘린다는 세간의 평가를 극복하는 게 일차 과제"라며 "상징적인 자리일지라도 이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도 "친노 패권주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이 대표 아니냐"면서 "이 대표 스스로 정권교체를 위한 자신의 충심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기류는 경선 과정에서 친노 주류와 각을 세워온 비당권파 측에선 더 뚜렷하다. 비문(非문재인) 후보 진영 관계자는 "'용광로 선대위'나 '탕평 선대위'의 핵심은 각 후보 측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는 게 우선"이라며 "이 대표와 친노 핵심인사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굉장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예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당의 주요 골간에 포진한 친노 인사들도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중진들도 마찬가지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계파 패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쇄신의 출발점"이라며 "마누라와 자식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바꾸겠다는 정도의 독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4선 이상 중진 모임을 주재한 박병석 국회부의장도 "당 지도부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려면 계파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계파를 해체하고 친노의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류 그룹에선 쇄신 요구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진 과도한 흔들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핵심 당직자는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일상적 당무는 필요하다"면서 "당원과 국민에 의해 뽑힌 당 대표의 거취를 문제 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친노 그룹 의원은 "대선을 향해 당이 화합하고 단결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를 흔들어서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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