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피습당한 벵가지 미국 영사관은 보안이 완전히 뚫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4일 영사관 피습이 심각한 치안 부재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며 향후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영사관 앞 시위가 일어나기 48시간 전 해외 미국 대사들이 공격 받을 수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나 외교관들에게 경계를 지시하는 어떤 경보도 내리지 않았으며 시위를 사전에 제재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앞서 벵가지 영사관은 9ㆍ11 테러 11주년을 앞두고 폭력행위를 방어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받았지만 무장세력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리비아 보안군 30여명이 영사관 주변을 지켰지만 교전이 시작되자 모두 도망가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의 한 군 대령은 "군인들이 무함마드를 모욕한 영화에 분노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의 일정이 유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도 트리폴리의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벵가지 영사관에 비밀리에 들렀는데 마침 그때 습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미군을 도와 영사관을 방어했던 리비아 군의 파티 알오베이디 대장은 "영사관 직원들을 대피시킨 인근 안전가옥의 위치를 무장세력들이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섯 발 이상의 박격포탄이 안전가옥으로 향하는 길 위로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번 피습에서 영사관의 기밀문서가 사라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서에는 미국과 공조하는 리비아인의 명단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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