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태풍 매미에 버금가는 위력의 제16호 태풍 산바(마카오에서 제출한 지역 이름)가 17일 전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된다. 태풍 산바는 서해상으로 북상해 예상보다는 피해가 적었던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14호 태풍 덴빈과는 달리 막강한 위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산바는 14일 오후4시 현재 중심기압 91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56m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800㎞ 해상에서 시속 19㎞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16일 오전 제주 남쪽 해상을 시작으로 18일에는 전국이 산바의 직ㆍ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태풍 산바가 우리나라 상공에 약 12시간 동안 머물 것으로 보고 제주 산간지역에 최대 500㎜, 남해안 및 동해안 지방에 300㎜이상 등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태풍의 중심권에 들 것으로 보이는 충청권은 100~200㎜, 서울과 경기 및 중북부 지방에는 50~150㎜가량의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산바가 17일 낮 제주 부근 해상을 통과해 늦은 오후 전남 남해안에 상륙할 무렵까지 중심기압 960hPa 수준의 강한 위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남해안에 상륙한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태풍들과 비교할 때 위력이 역대 3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대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져 바람의 위력도 함께 늘어난다. 2003년 매미는 954hPa, 2000년 사오미는 959hPa, 1987년 델마는 961hPa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남해안과 동해안, 제주 일부 지방에서 순간 최대풍속 초속 50m에 달하는 강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도 초속 17~40m 수준의 강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태풍 자체의 위력으로는 볼라벤(960hPa)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산바가 남해안을 직접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훨씬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앞서 서해상으로 북상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4개의 태풍과는 달리 우리나라 동쪽 지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태풍 산바는 카눈, 담레이, 덴빈, 볼라벤에 이어 올 들어 벌써 5번째 태풍으로, 올해 태풍이 유난히 잦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들어서 태풍 경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계속 걸쳐 있어 태풍이 일본 쪽으로 전향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2010년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수는 연평균 2.5개였다. 한해 동안 가장 많은 태풍이 찾아 온 것은 1950년과 1957년으로 각각 7개의 태풍이 영향을 미쳤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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