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명절연휴 민족 대이동은 교통체증으로 번잡했던 도심에 뻥 뚫린 도로를 선사한다.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도 함께 줄어든다.
작년 추석연휴 첫날인 9월11일, 서울시내의 대기오염물질 하루 평균 농도가 미세먼지 8㎍/㎥, 이산화질소 0.013ppm이었다. 자동차들이 대거 도심을 빠져나가면서 서울의 공기가 공기청정지역으로 통하는 제주만큼이나 맑고 깨끗해진 것이다. 그러나 추석연휴 다음날인 14일 서울의 미세먼지는 31㎍/㎥, 이산화질소는 0.024ppm으로 곧바로 다시 늘어났다. 차량 이용을 줄이는 것이 대기 오염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즉각적이고 큰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1년 기준 826만5,000대로, 200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게다가 수도권 통행 승용차의 80.5%는 나홀로 차량이다. 이 런 수도권 지역의 자동차 현황을 우려하는 이유는 대기 오염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50㎍/㎥에서는 20㎍/㎥일 때에 비해 사망률이 9%나 증가한다. 예컨대 2010년 당시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50㎍/㎥을 넘었던 수도권에서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 983명에 이르렀다.
그 해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2배 이상이다.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노인 사망률은 10.1%, 폐렴 발병은 8.2%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기오염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해악은 우리 사회에서 '건강 최대의 적'으로 취급되는 담배 못지 않으며, 때로는 그것보다 더 광범위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수도권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저공해차 보급, 제작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운행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는 47㎍/㎥로, 1995년 대기오염도 측정 이래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미세먼지가 3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는 국민 건강 보호와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을 위해 설정된 국가 대기환경기준(50㎍/㎥)을 2년 연속 충족한 결과이기도 하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환경평가지수는 143개국 가운데 43위를 기록했다. 2010년에 비해 51단계나 상승한 성과다. 그러나 뉴욕, 런던, 도쿄 등 선진국 주요도시들의 평균 수준(40㎍/㎥)과 비교한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행히 민간 차원에서도 승용차 카풀, 카 쉐어링, 승용차 요일제 운영 등과 같은 자발적인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9월22일에 열리는 '승용차 없는 날' 캠페인도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를 담은 전세계적인 행사이다. 1997년 프랑스 라로쉐에서 "도심에서 자가용을 타지 맙시다" 라는 운동으로 출발한 이 캠페인은 작년 유럽에서만 2,000여개의 도시가 참여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지지와 동참 속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단 하루만 진행했던 '승용차 없는 날' 캠페인을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녹색교통 주간' 행사로 확대, 운영한다. 1회성 행사를 벗어나 승용차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차 없는 거리 운영, 각종 시민참여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승용차를 세워 두고 자전거로, 버스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2024년까지 수도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201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면 호흡기질환과 만성기관지염은 3분의 1, 이로 인한 조기사망자수도 최대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작은 한 걸음, 출퇴근길 버스 정거장이나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작은 한 걸음이 모여 우리 모두가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보다 건강한 삶을 만드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
홍정기 수도권대기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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