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토요 에세이] 사랑의 언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토요 에세이] 사랑의 언약

입력
2012.09.14 12:02
0 0

주말마다 결혼식이 이어진다. 주례를 맡을 때마다 두 사람을 마음에 담고 기도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한 약속, 그 약속이 사람들 앞에서만의 약속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올려드린 약속이오니 사람이 깰 수 없게 하소서!"

주례의 질문에 결혼 서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따금 두 사람이 직접 적어온 서약으로 대신할 때도 있다. 신랑, 신부가 직접 써오는 서약은 때로는 비장하고 때로는 너무나 진솔해서 마음에 깊은 감동으로 전해오기도 한다. 그 약속에 빠지지 않는 단어는 바로 사랑이고 영원이다. 한 마디로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인 셈이다. 그러나 주례를 맡을 때마다 그 사랑에 대해 거듭거듭 강조한다. 지금 그 사랑 가지고는 영원히 못 간다. 사람이 다른 사람 사랑하는 그 사랑으로는 영원은커녕 일년도 가기 힘들다.

실제로 결혼하는 네 쌍 중 한 쌍이 결혼 3년 안에 헤어지고 만다. 어떤 사랑이길래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하고 공표했는데도 불구하고 그토록 빨리 변하고 말까. 그리고 영원한 사랑, 영원히 변하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는 사랑은 대체 어떤 사랑일까.

성경의 도움이 없다면 그 사랑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성경의 변함 없는 사랑의 정의를 보자.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

지금 새로 가정을 이루는 젊은 남녀가 과연 이 열 다섯 개 정의 가운데 몇 개나 지킬 수 있을까. 단언컨대 단 한 가지도 지켜낼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두 젊은이가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사랑은 한 때의 느낌이나 감정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찌 이제 부부가 되겠다고 서약하는 젊은이들만을 놓고 사랑을 따질 것인가. 친구의 사랑은 어떻고 부모의 사랑은 또 어떤가. 우리의 사랑은 바람 앞의 등불 같고 햇살이 퍼지기 전의 안개 같다. 바람이 불고 해가 떠오르면 언제 그 자리에 그런 것이 있었는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영원한 사랑은 꿈 같은 이야기일까.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다. 영원에서 영원까지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이 모든 세상의 시작이 그 사랑 때문이고, 이 세상이 존속하는 까닭도 그 사랑 때문이다. 예수는 그 사랑의 얼굴이고, 십자가는 그 사랑의 흔적이며 그 사랑의 약속이다. 조건 없는 사랑,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 죽기까지 사랑하는 사랑, 그 사랑의 언약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결혼을 원하는 두 남녀가 바로 그 사랑으로 사랑의 약속을 한다면 헤어질 수 있을까.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누가 그런 가정을 뒤흔들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다. 자녀는 결혼의 상급이고 그 사랑의 열매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가 서로를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을 보고 자란다면 어떻게 자라날까. 부모가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을 보고 성장한다면 그 자녀들이 자신들의 가정과 결혼에 대해 어떤 꿈을 갖고 자랄까. 나도 저런 가정을 이루리라. 나도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리라. 나도 커서 반드시 우리 부모님과 같은 결혼생활을 하리라.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가정이란 약속 위에 서있다는 것, 사랑이란 결코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닫지 않을까. 또한 그 자녀들이 음란하고 폭력적이 될 수 있을까.

아! 참사랑의 언약이 지켜질 수만 있다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홀연히 사라질까.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