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이슬람 영화 '순진한 무슬림'으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이슬람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휴일이자 금요 예배가 있는 14일, 각국에서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경찰이 경고 사격을 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수단에선 독일과 영국 대사관이 습격을 당했다.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11일 처음 발생한 시위는 예멘, 튀니지, 모로코, 이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으로 확산돼 14일에는 중동 전역과 아프리카, 아시아로까지 번졌다.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는 금요예배를 마친 시위대 5,000여명이 독일 대사관과 영국 대사관을 습격하고 불을 질렀다. 시위대는 창문을 부수고 독일 대사관에 게양된 국기를 끌어 내렸다. 독일 외무 장관은 "독일 대사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수만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미 대사관 앞에서 경찰과 충돌, 2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도 시위 중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예멘에서는 전날 시위대 수백 명이 미 대사관에 난입하던 중 4명이 사망한 데 이어 14일에도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미 국방부는 주예멘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수도 사나에 해병대 50명을 급파했다. 시위 진원지인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도 시위가 계속돼 수백 명이 다쳤다. 튀니지 시위대 중 일부는 미국인 학교에 불을 질렀다.
아시아 무슬림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는 1만명이 모여 미 대사관을 향해 행진했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 콜로라도주 골든에서 "미국인 살해범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응징을 약속했다. 오랜 동맹인 이집트에 대해서는 "우방도 아니고 적도 아니다"라고 말해 동맹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파문을 일으켰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집트 시위대를 비판하기 보다 '순진한 무슬림' 제작을 막지 못한 미국을 탓하자 불만을 표한 것이다.
한편 리비아 당국은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 용의자 4명을 체포해 테러조직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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