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360억원 상당의 휴대전화 6만 여 대를 불법 개통한 뒤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소액 대출을 빌미로 수집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하고, 중국으로 팔아 넘긴 혐의(사기)로 휴대전화 대리점운영자 김모(3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중국 반출에 가담한 중국인 상모(34)씨 등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씨 등 3명은 텔레마케팅(TM)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20만~30만원의 소액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 광고를 보내 대출 희망자들로부터 주민등록증이나 통장 사본 등을 넘겨 받았다. 이들은 확보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로 최신 스마트폰을 대량 개통한 뒤 고유번호가 담긴 유심(USIM)칩을 빼고 이를 중간 판매책 오모(42)씨 등에게 대당 50만~60만원에 팔았다. 이들은 빼낸 유심칩을 시중에서 1만원에 유통되는 구형 휴대전화에 넣어 마치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꾸며 통신사를 속였다. 이들은 또 대리점 방문 고객 41명에게 "분실신고를 하면 스마트폰을 보상받을 수 있다"며 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경찰서 등에 허위 분실신고를 해 스마트폰을 보상받게 해주고, 고객이 처음 개통한 스마트폰을 빼돌렸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확보한 스마트폰을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4개월간 151차례에 걸쳐 중국으로 밀반출했다. 경찰은 밀반출된 스마트폰의 규모가 약 6만대, 총 3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청구서를 보고 뒤늦게 불법개통을 알게 된 고객이 항의하면 김씨 등은 환불해주고 새로 확보한 다른 고객의 명의로 이전시키는 '돌려 막기'로 범행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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