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직접 수사에 나섰던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수사’가 14일 구속 기소된 양경숙(51) 라디오21 전 대표의 ‘원맨쇼’라는 초라한 결말로 정리되고 있다. 사실상 수사의 최대 핵심사안이었던 박지원 원내대표나 민주통합당의 연루 사실은 하나도 밝혀진 게 없어 ‘야당 흠집내기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검찰은 구속된 양씨가 공천 희망자들에게 받은 돈 40억 9,000만원이 거물급 정치인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해왔다. 양씨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많은 문자를 주고 받았고, 양씨 계좌에서 ‘민주당 6,000만원’등으로 표기된 송금 내역 등이 나온 것이 그 근거가 됐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송금 및 문자 내역은 상당수 위ㆍ변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 계좌에서 발견된 ‘민주당 6,000만원’송금 내역은 결국 양씨 본인이 민주당을 위해 쓸 생각으로 또 다른 자신의 계좌에 송금해뒀지만, 실제 회사 운영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공천 희망자 이양호(56)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박 원내대표에게 받았다는 “박지원이 밀겠습니다. (비례대표) 12번, 14번 확정하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 등 상당수 유사한 문자전송이 양씨의 사칭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공천헌금’명목으로 받았다는 40억 9,000만원도 대부분 양씨 선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개인 사업비에 약 20억원을, 정치인 후원금과 명품 선물 구입비용 등으로 썼고, 민주당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지원금에 자발적으로 10억원 상당을 지원했다. 약 6억원 상당의 돈은 자금 세탁해 현금화했다. 향후 중수부가 현금화된 6억여원을 추적한다는 방침이라 민주당 관계자들 및 친노 진영 인사들이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를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양씨의 원맨쇼’라는 현재 기조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용처 규명이 대부분 양씨의 진술에 의존해 이뤄진데다, 공천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는 양씨와 박 원내대표가 모두 돈 얘기는 꺼낸 적이 없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고 성격상 현금 흐름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인 ‘제1야당 정치인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양씨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채 홀로 기획한 한바탕 촌극으로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대검 중수부나 검찰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당장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비판이 일자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받은 돈이 거액이고 제1야당의 공천과 관련된 중대사안임을 고려할 때 대선 정국에 흑백선전으로 악용되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해 싹을 자르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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