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황선미 글ㆍ김동성 그림/웅진주니어 발행ㆍ초등 고학년 이상ㆍ9,500원
씨어미로 새끼들을 노인에게 빼앗기는 잡종 삽살개 장발, 자식과 손자를 기다리며 외롭게 늙어가는 땜장이 노인 목청씨. 그 둘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쌉싸래한 인생을 돌아보는 동화다. 100만부 이상 팔리며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던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저자 황선미가 자신의 최고 작품으로 꼽은 책이다. 마당을>
다른 형제들과 달리 혼자만 검둥이로 태어나 따돌림 당한 장발은 어느 날 개 도둑이 가족을 모두 훔쳐가면서 목청씨네 씨어미가 된다. 목청씨는 강아지를 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노인이다. 모성애 강한 장발은 목 놓아 울고 주인의 팔뚝을 물면서 저항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들은 서로 서먹하게 지내지만 오랜 세월 서로 곁을 지키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모든 걸 빼앗아 간 주인이지만 그 역시 쓸쓸하고 가난한 노인이며, 장발은 그냥 개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다 목청씨가 병에 걸려 입원을 하자 장발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진다. 텅 빈 밥그릇을 채워주던 주인을 그리워한다. 동물을 통해 자식에 대한 사랑과 인생을 얘기하는 이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한다.
황 작가는 삶의 끝자락에서 미운 이들마저 그리워지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장발과 목청씨를 통해 표현했다. 지극한 모성으로 희생하는 장발과 말수가 적고 무덤덤하지만 표현을 못할 뿐 가족을 사랑하는 목청씨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그렸다고 말했다. 목청씨가 자신이 죽고 나서도 자식들이 감을 따먹을 수 있도록 달팽이 계단을 만든 것 역시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책 말미에 작가는 떠돌이 품팔이꾼 아버지가 사우디 아라비아에 가서 번 돈으로 마련한 달팽이 계단이 있던 집이 이 작품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수채화풍의 삽화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