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프루스트 특유의 긴 문장 존중한 직역 위주 번역본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프루스트 특유의 긴 문장 존중한 직역 위주 번역본 출간

입력
2012.09.14 11:44
0 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마르셀 프루스트 지음ㆍ김희영 번역/ 민음사 발행ㆍ각권 324쪽, 432쪽ㆍ각권 10,500원, 11,500원

1913년 프랑스문학계는 한 신인작가의 소설로 충격을 받는다. 화자가 불분명한 이 소설은 유대인 부르주아가 겪은, 인과가 불분명한 사건을 긴 문장으로 끝없이 나열하며 인간 내면의 풍경과 19세기 시대상을 정밀하게 그렸다. 소설의 제목은 '스완네 집 쪽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설로 꼽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작의 첫 작품이다. 이 연작은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1919), '게르망트 쪽'(1920~1921), '소돔과 고모라'(1921~1922), '갇힌 여인'(1922), '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으로 구성된 대작이 된다. 이 작품이 프루스트 전공자의 번역으로 처음 완역됐다. 번역자는 김희영 한국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 교수. 김 교수는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 문장을 최대한 존중해 텍스트의 미세한 떨림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잃어버린 시간을…> 전권을 우리말로 처음 완역한 것은 1985년 불문학자 김창석씨의 번역본으로,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의 문장을 의미중심으로 끊어 우리말 어순에 맞춰 옮겼다. 이후 1998년 국일미디어에서 표기와 용어를 고친 개정판을 내며 한국어 번역본의 정전으로 꼽혔다. 이번 민음사판 번역본은 원문의 긴 호흡을 살려 직역 위주로 번역했다. 프루스트 연구가 다양해지며 주석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진 이 소설 전반부,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는 순간 예전 기억들이 떠오르는 장면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다가온다.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뭐라고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그 쾌감은 사랑의 작용과 같은 투로, 귀중한 정수로 나를 채우고, 그 즉시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짦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 아니, 차라리 그 정수는 내 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국일미디어, 1998)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자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짦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민음사,2012)

2009년 번역에 착수해 이번 주 연작 1부 '스완네 집 쪽으로'가 나왔다. 출판사는 전권 완역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