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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계 문화의 겉과 속' 미국은 짧은 역사, 덴마크는 좁은 영토가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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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계 문화의 겉과 속' 미국은 짧은 역사, 덴마크는 좁은 영토가 콤플렉스

입력
2012.09.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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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의 겉과 속/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발행ㆍ880쪽ㆍ3만2000원

"한국 사람들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라고 시키다가 막상 노래하면 아무도 듣지 않는다."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한 말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세계 문화의 겉과 속> 에서 이런 한국인의 특성을 '의례성'으로 해석한다. 예를 갖추는 것 같지만 실은 속이 빈 사이비 의례이며 다른 말로 하면 형식주의, 표리부동, 겉치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례성'이 한국만의 특성은 아니다. "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일본인의 말을 믿고 진짜 놀러 갔다가는 큰 일 난다. 정말 오라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 책에서 이런 식으로 한국문화의 특성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 세계 각 문화의 유별난 특징과 그런 문화가 생긴 이유를 짚었다. 그의 글쓰기 작업의 토대인 방대한 자료 인용은 이번 책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유럽 국가들은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조직문화를 피라미드형(프랑스), 기계형(독일), 시장형(영국)으로 다르게 분류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프랑스 기업에 채용된 독일인은 갑작스럽게 해고 통지를 받으면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왜 미리 지적해주지 않았나"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독일 회사에 근무하는 프랑스인은 사직서를 내면서 "상급자가 시시콜콜 간섭이 많아 싫었다"고 한단다. 독일인은 분명한 걸 좋아하지만 프랑스인은 눈치 봐가며 사태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콤플렉스 없는 나라도 없다. 미국은 역사가 짧아 역사 콤플렉스가 있고, 캐나다는 미국 부속 국가 비슷하게 돼가서 정체성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덴마크는 나라가 작아서 규모 콤플렉스, 이스라엘은 늘 적에 둘러싸여 있다는 포위 콤플렉스가 있다.

책 두께만큼이나 다양한 문화 이야기를 쏟아내는 저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성을 전제로 세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하자'고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그 공부와 이해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문화ㆍ역사 배경을 충분히 살피는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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