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는 애플의 현 CEO인 팀 쿡의 작품이다. 전작인 아이폰4S까지는 사실상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개발을 주도했기 때문에, 아이폰5는 단순히 1년 만에 나오는 신제품을 넘어 '포스트 잡스'시대를 여는 첫 제품이란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팀 쿡의 홀로서기'의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아이폰5를 더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하지만 평가는 냉소 쪽이 좀 더 우세하다. 애플 특유의 '혁신 DNA'가 실종됐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덤에 있는 잡스가 통곡할 것"이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12일(현지시각) 미국의 IT전문지 씨넷은 "그 동안의 아이폰과 달리 경쟁자들을 압도하거나 월등히 능가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첫 인상을 밝혔다. 지디넷(ZDNET)의 크리스토퍼 도슨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현 약정을 해지하고서라도 아이폰으로 갈아타려 할 만한 어떤 매력도 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오히려 아이폰4가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의 에디 홀드 부대표는 "아이폰4S 고객이라면 iOS6 버전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 이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 갤럭시S3와 갤럭시넥서스 등의 신기능을 거론하며 "모바일결제, 가벼운 접촉을 통해 기기 간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능 등이 아이폰5에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한 편. 아이폰5 공개 직후 씨넷이 진행한 '아이폰5를 구매할 계획입니까' 설문에서 미국 서부시간 오후 5시 현재 1만638명의 응답자 중 "무조건 사겠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불과했으며 '절대 사지 않겠다'는 응답도 27%나 됐다.
국내시장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내부적으로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평가와 관계없이 판매의 위력은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LTE와 결합함으로써 아이폰5의 위력이 상당할 것이란 얘기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4인치 디스플레이와 LTE지원만으로도 그 파괴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유럽·일본의 사업자들이 LTE 네트워크 투자와 보조금 지급 시점을 아이폰5 발매에 맞춰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5의 영향력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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