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자매 살인사건의 용의자 김홍일(27)씨가 13일 부산 기장군에서 사건발생 50여일만에 검거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이날 낮 12시13분쯤 김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기장군 정관면 함박산에 있다는 김모(75)씨의 신고를 받고 이 일대를 수색, 4시간여 만에 함박산 자락인 기장군 일광면 용천리 한 마을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지난 7월20일 새벽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자매 2명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검거 당시 김씨는 모자를 착용하고 노숙자 행색을 하고 있었으며, 부산경찰청 기동대 직원 2명이 검문하자 별다른 반항 없이 "내가 김홍일"이라고 인정했다. 김씨는 도피 중 다쳐 오른팔이 부러져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한 달 전부터 산속에서 생활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신고자에게 발견된 곳은 함박산 6부 능선쯤이다. 신고자 김씨는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산속을 살피던 중 마대자루를 뒤집어 쓰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을 발견, 깨워보니 자신을 노숙자라고 소개했지만 살인사건 용의자와 비슷해 급히 산을 내려와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0여m 떨어진 등산로는 인근에서 송전선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주로 다니던 길이 있다. 김씨가 은신한 곳에서는 사이다 빈병, 과자봉지, 캔커피 등 70여점이 발견돼 이곳에서 오랫동안 은신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간식으로 사 놓은 과자 등이 자주 없어졌다"는 송전선로 인부들의 진술에 따라 김씨가 그간 이 공사현장에서 물품을 훔쳐 배를 채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함박산은 김씨 소유의 승용차가 발견된 부산 기장군 한 대학교에서 도보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행적이 발견된 함박산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차례에 걸쳐 이 일대를 수색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사건발생 5일 뒤인 지난 7월 25일에도 함박산에서 김씨가 먹다 버린 캔 음료수와 빵 등을 발견, 같은 달 31일까지 헬기 3대, 수색견 7마리, 기동대 등 총 1,500여명의 인원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씨는 함박산을 중심으로 주변 야산을 넘나들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보인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28분쯤 부산 기장경찰서로부터 김씨 신병을 넘겨받아 사건동기와 그간의 행적에 대해 조사 중이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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