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원로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가족을 위로했다는 소식이 중국 관영 매체에 실렸다. 차기 최고 지도자인 시 부주석은 1일 이후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의 신변과 관련된 각종 억측을 잠재우기 위한 계산된 노출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신문사의 광시(廣西) 지역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중신광서망(中新廣西網)과 광서일보(廣西日報)는 13일 홍군 원로인 황룽(黃榮) 전 광시장족(壯族)자치주 상무위원의 부음을 전하며 "후진타오(胡錦濤ㆍ주석), 시진핑, 리위안차오(李源朝ㆍ당 중앙조직부장), 주룽지(周鎔基ㆍ전 총리), 리자오차오(李兆焯ㆍ전 정협 부주석)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가족들을 가슴 깊이 위문했다"고 보도했다. 황 전 상무위원은 6일 오전 10시 사망했다. 관영 매체에서 시 부주석을 거명한 보도를 한 것은 1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앙당교 개교식에 참석한 시 부주석은 6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약속을 취소한 데 이어 10일 헬레 토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면담까지 미루면서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관영매체들이 시 부주석의 조문 사실을 전한 것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의 건재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콩의 주간지 양광시무(陽光時務)은 이날 "시 부주석이 친척에게 '아무 일 없으니 안심하라'는 단문 답신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홍콩 잡지 명경(明鏡)도 전날 소식통을 인용, 이르면 다음주 중앙정치국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경은 시 부주석이 회의에서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준비 상황 등을 보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홍콩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ICHRD)는 이날 시 부주석이 지난 2일 건강검진 결과 간에서 초기 암세포가 발견돼 베이징(北京)의 인민해방군 301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회복 중인 시 부주석이 이르면 다음주 공식 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사이트 보쉰(博迅)은 시 주석이 21일 광시 장족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열리는 제9회 중국-동남아국가연합(ASEAN)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시 부주석과 같은 날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허궈창(賀國强)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건재함이 확인됐다. CCTV는 12일 밤 허 서기가 중국 감찰잡지사와 중국기검감찰신문사를 방문, 반부패 선전활동을 격려했다며 관련 영상을 내보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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