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은 한밤 중 4시간 30분 동안 이뤄졌다. 미 국무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 대사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화염이 이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동료와 떨어진 채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를 모독한 동영상으로 촉발된 시위는 이날 낮 시작됐다. 영사관 앞까지 스티븐스와 동행한 그의 친구는 "오후까지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하지만 20~80명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이 트럭을 타고 와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수백명의 시위대와 달리 이들은 깃발을 흔들지도 노래를 부르지도 않았다. 기관총, 휴대용 로켓포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밤 10시부터 영사관을 공격했다.
첫 발포 후 15분 만에 무장세력은 정문을 부수고 담을 넘어 영사관 본관에 도달했다. 당시 본관에는 스티븐스 대사와 외교관 션 스미스, 보안요원 등 3명이 있었다. 이들은 본관 내 안전시설로 몸을 피했지만 무장세력이 불을 질러 연기가 가득 차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안요원이 홀로 건물을 빠져나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가 동료들과 돌아왔을 때 스미스는 질식해 숨져 있었고 스티븐스는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밤 10시 45분 영사관 경비인력은 본관 건물 탈환을 시도했지만 총격전 끝에 부속건물로 후퇴했다. 본관을 탈환한 것은 리비아 보안군 등 지원병력이 도착한 밤 11시 20분이었다. 날이 바뀔 때까지 총격전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 2명이 추가 사망했다. 12일 새벽 2시30분이 돼서야 영사관은 질서를 회복했다. 하지만 스티븐스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스티븐스는 벵가지의 한 병원에 옮겨져 있었다. 의사 지아드 아부 제이드는 "새벽 1시쯤 사실상 숨진 상태로 병원에 왔다"며 "한 시간 반 동안 소생시키려 했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사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사이며 외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를 병원으로 옮긴 사람은 리비아인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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