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를 모독한 미 영화로 촉발된 이슬람권의 반미 폭력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예멘 수도 사나의 미 대사관 앞에 모인 군중들이 공포탄을 쏘며 해산시키려는 경찰에 맞서 차량을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여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날에는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미 대사관 앞에 300여 명이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은 "처음에는 50명 정도였으나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시키려 하자 시위대가 점점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모로코에서도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의 미 영사관 앞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것으로 보이는 청년 300여명이 시위했다. 일부는 "오바마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지만 폭력 사태로 이어지진 않았다. 수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이집트에서는 2,000여 명이 카이로의 미 대사관 앞에서 이틀째 시위하다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서자 돌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란, 파키스탄은 정부가 나서 예언자 무함마드를 폄하한 영화를 비난했다.
이슬람교 정례행사인 금요기도회가 열리는 14일은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전국 주요 사원에서 평화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유럽 순방에 나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시위의 폭력화를 우려하며 "영화는 비도덕적이지만 이집트 국민이 자제해 줄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2005년 덴마크 일간지가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 만화를 실었다가 이슬람권의 대대적 항의 시위를 불렀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는 아랍 독재정권들이 시위를 방조하면서도 시위가 폭력화하는 것은 적극 통제했다"면서 "지금은 민주화 시위 여파로 국가가 취약해진 상황이라 과격 이슬람세력의 주도 아래 시위가 폭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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