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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기덕과 영화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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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기덕과 영화제 효과

입력
2012.09.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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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대단한 모양이다. 앞다투어 김기덕 감독에 대한 온갖 해석의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아웃사이더'의 괴팍한 고집은 고난과 역경을 꿋꿋이 이겨낸 아름다운 예술혼으로 바뀌었고, 영화인들은 앞다퉈 "올 것이 왔다"는 식으로 그의 수상을 추켜세우기 바쁘다. SBS는 그가 출연한 <강심장> 에 수상 소식을 덧붙여 다시 내보냈고, KBS는 <수요기획> 에서'리얼'로 별난 그의 은둔생활을 카메라에 담아 소개했다.

■ 베니스에 갈 때까지만 해도 심드렁하던 영화 <피에타> 에 대한 관심과 평가도 확 달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했고, 하루 6,000명에 불과하던 관객도 수상 후에는 4만 명까지 늘어났다. 김기덕 감독이 그렇게 불만을 쏟아냈던 스크린 수도 2배인 300개가 됐다. 관객들도 너그러워졌다. 과거 외면하거나 구역질하던 극단적 폭력과 엽기적 장면까지도 감독 특유의 영화적 표현양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 그러나 이'영화제 수상효과'란 것이 허망하기 짝이 없다. 영웅 대접도, 흥행도 잠시다. 김기덕 감독은 여전히 가난하게 영화를 찍을 것이고, 그의 영화를 받아줄 극장은 많지 않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좋아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도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조금 더 원숙해지고 부드러워졌을 뿐 그와 그의 영화는 바뀌지 않았고, 또 바뀌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정서와 취향 역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 경북 봉화군에서도 산골인 춘양면 앞뒤 동네에서 태어난 김기덕과 이창동 감독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영화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았고,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자기만의 색깔로 세상의 부조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삶의 배경이 다른 만큼 표현양식 역시 다르다. 그 '다름'을 이창동 감독은 결코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못하는 것을 하는 감독"이라고 존중해 주었다. 이런 선배야말로 세상의 갑작스런 아부보다 그에게 훨씬 소중하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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