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전은 포기하면서도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연료 재처리는 지속한다는 모순된 정책을 확정했다. 이는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 의존 비율 등을 논의해 '2030년대에 원자로 가동을 0%로 줄이도록 모든 정책수단을 투입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14일 정식 발표하기로 했다. 일본은 당초 2030년 원전 비율을 20~25%, 15%, 0% 등 3가지 안을 두고 논의했으나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0%는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반발함에 따라 0%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전 신규 건설은 하지 않고 원전 가동 연한 40년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일본은 원전 폐지 결정에 따라 방사성 폐기물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때 핵연료를 무한정 만들어 낼 수 있는 꿈의 증식로로 불렸으나 현재 가동 중단 상태에 있는 후쿠이(福井)현 몬주고속증식로는 연구용으로 전환한 뒤 2050년 사용연한을 채우고 나면 폐기하기로 했다. 일본은 그러면서도 아오모리(青森)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에 건설중인 핵 재처리공장의 존폐 판단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롯카쇼무라 지방의회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관련 전문가들은 핵 재처리시설 포기가 곧 핵무기 제조기술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일본이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존폐 결정 여부를 미뤘다고 보고 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장관도 최근 "높은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주변 국가가 볼 때 중요한 억지 기능을 하는 만큼 포기하면 안된다"며 핵 포기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편 일본의 원전 포기 발표에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기업과 제휴중인 미국의 원자력 업체는 물론 미일 원자력 기술 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12일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 보좌관을 미국에 급파, 이 같은 정책 전환을 설명할 계획이지만 미국의 반응에 따라 일본 정부의 원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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