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지원의 균형된 환경이 만들어져 제2, 제3의 나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1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수상 축하연에 참석, 이런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영화가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해외에 나가면 한국에는 (괜찮은) 영화가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아직도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밖에 없는 건 심각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한국영화 제작 환경이 오락위주로 너무 흘러가면서 투자사 등으로부터 조정이나 지시를 받는 감독들이 많아 생긴 일”이라며 “최근 촬영 도중 감독이 경질됐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투자자와 창작자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상영관 독점 문제도 꺼냈다. 그는 “단 한 관에서도 개봉 기회를 얻지 못하는 영화가 많다. 파리의 멀티플렉스는 13관에 각기 다 다른 영화가 걸려있다”며 “흥행영화가 관을 2,3개씩 차지하고 있으면 동료 영화인들의 쿼터를 뺏는 것 아닌가.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축하연에 참석한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김 감독의 지적을 의식한 듯 “최근 한국영화의 성장이 지표상에 머물지 않고 제2, 제3의 ‘피에타’가 나올 수 있는 안정적 발전 토대가 갖춰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술영화 전문 펀드를 현재 170억 원에서 3년 내에 500억 원 규모로 늘리고 영화 기획 초기 단계에서 지원하는 펀드도 2배 규모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최 장관은 또 “조재현 DMZ영화제집행위원장과 얘기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박물관의 강당이나 공연 시설에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많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 감독을 보니 박수근 화백이 생각났다. 박 화백도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미군부대에서 구두를 닦으며 미군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살았는데, 한국에선 빛을 못 본 그의 그림이 외국서 경매에 나오면서 진가가 알려졌다”고 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년 2월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분에 출품할 한국영화로‘피에타’를 이날 선정했다. 한국영화는 2009년 ‘마더’, 2010년 ‘맨발의 꿈’, 2011년 ‘고지전’ 등을 출품했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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