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수정 중앙종묘->3위, 서울종묘->2위
한국경제가 고꾸라지던 1997~1998년. 우리나라 종묘업체들은 모조리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국내 1,3위 종묘업체였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IMF사태가 터지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1998년6월 미국의 세미니스사에 팔렸고, 이에 앞서 1997년에는 2위인 서울종묘가 스위스 노비티스에, 4위였던 청원종묘는 일본 사카타사에 인수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15년 동안 사실상 ‘종자 식민지’시대를 살아야 했다.
농업의 근간인 종자는 부가가치도 높아 ‘농업의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먹는 과일이나 채소, 심지어 꽃조차도 씨앗을 뿌리는 데는 다 로열티가 붙는다. 그러다 보니 세계 종자시장은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고, 영세하기 짝이 없었던 우리나라 종묘업체들은 그런 사정도 모른 채 결국 M&A당하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종자 로열티로 해외에 지불하는 돈은 연간 200억원이 넘는 실정이다.
하지만 15년 만에 동부그룹이 헐값에 외국기업에 넘어갔던 종자업체들 되사왔다. 종자주권을 되찾게 된 것이다.
동부그룹 내 농업ㆍ식품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은 미국 몬산토사와 몬산토코리아의 유전자원과 품종을 비롯한 시설, 영업 자산, 인력 등을 인수하는 종자사업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인수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몬산토는 세계 종자시장의 4분의1을 장악한 다국적 기업으로,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사갔던 세미니스를 지난 2005년 인수했다.
동부가 인수하는 대상은 몬산토코리아의 종자 300여 품종과, 원예용 상토(上土), 특허권 등이며 몬산토 본사의 해외 자산 일부도 포함됐다.
이번 인수로 토종종자이면서도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먹어야 했던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관동무 등 한국 대표품종들의 소유권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이 기존 보유한 200여 품종과 합칠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이 26%에 달해 명실상부한 1위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의 몬산토코리아 인수는 국내 종자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 950개 종자업체 중 종업원수가 10명 이상인 기업이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의 종자산업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인 국립종자원 연구관은 “토종업체인 농우바이오가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동부의 몬산토코리아 인수는 국내 종자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세계 종자산업이 매년 5%씩 성장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독자 기술로 개발한 종자를 보급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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