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 서울 중곡동과 면목동 성폭행ㆍ살인사건에 이어 이웃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의 소행이 확실시되는 성폭행ㆍ살인 사건이 충북 청주시에서 또 발생했다. 범행 장소는 경찰서 지구대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이다. 성범죄 전과자 및 우범자 관리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11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상가주택 3층 창고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A(25)씨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옆집에 사는 B(45ㆍ노동)씨를 지목, 추적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B씨 동거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B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A씨를 목 졸라 죽였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사건 발생 직후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한 상태다. B씨는 3층짜리 상가주택의 3층 원룸에 3년 전부터 동거녀와 세 들어 생활했고, A씨 자매는 지난해 말 이사를 왔다. 옆집에 살았지만 서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A씨 여동생(22)의 "지난 10일 밤 10시쯤 집을 나갔다 아침에 들어와보니 언니가 보이지 않고 침대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을 수색하다 A씨 방에서 2m 떨어진 작은 창고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A씨는 앉은 자세로 이불에 덮여 있었고 목이 졸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당초 원한이나 치정에 얽힌 사건으로 보고 성폭행 여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데다 1차 부검 결과 직접 사망원인이 질식사로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옷을 모두 입은 채로 발견됐고 목의 손자국이 선명해 수사 초기에는 성폭행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시신에서 체액과 체모가 발견되는 등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부검결과를 12일 통보받았다.
B씨가 성범죄 전과자였다는 사실도 드러나 경찰은 국과수에 보관된 B씨의 유전자(DNA)와 A씨 시신에서 발견된 체액의 DNA 대조를 요청하고 B씨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A씨가 집에서 살해된 뒤 창고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이 창고를 자주 사용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또 B씨의 집에서 범행 당시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옷과 장갑 등을 찾아내 감정을 의뢰했다.
전과 10범인 B씨는 2004년 7월 대구에서 친딸과 내연녀의 딸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2010년 출소 후 동거녀를 만났고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 범행을 저질러 전자발찌 착용 대상은 아니었지만 경찰의 우범자 '첩보 수집' 대상자였다. 경찰은 지난달 성범죄 우범자 실태점검 때 B씨의 동향에 대해 '노동에 종사하며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범죄자 관리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잇따른 성폭행ㆍ살인 사건으로 경찰에 특별방범령이 내려진 후 충북지방경찰청은 매일 1,0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비상근무를 했지만 또 다시 끔찍한 성폭행ㆍ살인사건을 막지 못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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