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 방송을 내보낸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의 제목을 놓고 맞춤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가 제목에 '착한'이 아닌 '차칸'이란 단어를 써서 한글 맞춤법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간접광고 논란이 더해지면서 드라마는 방송 초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다.
'차칸남자'의 고의적 맞춤법 오류에 대한 잡음은 한글학회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13일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개별 업자가 하는 영화사나 민영방송사도 아닌 공영방송이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고 한글을 파괴하는 제목을 쓴다는 데 분노를 느낀다"며 "주인공 이름(강마루)과 후원사(치킨마루)의 이름을 유사하게 한 점도 상식 이하"라고 말했다. 한글학회와 국립국어원은 이에 앞서 KBS에 공문을 보내 한글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전파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차칸남자'라는 제목에 강한 반감을 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차칸남자'라는 제목에 대해 "기억을 잃고 뇌 손상을 입게 된 극중 인물이 일기장에 기재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랑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하고자 했던 남자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전개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한 핵심 단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제작진은 영화 '말아톤'을 유사한 예로 들며 "극의 흐름을 반영한 제작진의 창의적 표현을 위해 맞춤법 오기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영화 '말아톤'은 극중 자페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으로 잘못 쓴 데서 제목을 가져왔다. 해외에서도 영화 '비우티풀(Biufiful)''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등 극 전개에 포함된 설정에 맞춰 제목을 고의로 잘못 표기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극중 주인공의 이름도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주인공의 이름 '강마루'가 간접광고에 참여한 업체 중 '치킨마루'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며 시청자 김모씨가 KBS를 상대로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김씨는 강마루라는 이름이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ㆍ이용을 권유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법 73조 2항 7호 및 동 시행령 59조 3의 1항 3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은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이경희 작가가 썼던 주인공 이름으로 간접광고 업체와 무관하게 지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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