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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거짓말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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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거짓말쟁이들

입력
2012.09.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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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공보위원을 지냈던 정준길 변호사가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온 직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대 택시를 탄 적이 없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착각을 했다고 말한다. 본인도 '의도된 거짓말'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으니, 애초의 말이 '거짓말'이긴 함을 인정한 셈이다

인혁당 관련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대변인이 "사과한다"라고 발언했다가 당내 다른 공동대변인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 후보도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으니, 애초의 브리핑 내용은 거짓말이 되었다. 이후 당내 커뮤니케이션에 혼선이 와서 생긴 결과라는 것이 새누리당의 해명이었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는 대개 두 가지가 없다. '의도'와 '사과'가 없다. 거짓말로 밝혀져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냥 실수거나 착오라 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만약 피의자가 몇 일만에 "착각했다"며 진술을 바꿨다면 과거의 정준길 검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진술 내용 모두를 의심했을 것이다.

사과도 없다. 하긴 의도가 없었으니 구태여 사과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유감이라든지 송구스럽다면 충분하다. 심지어 위로한다고 말한다. 박 후보의 인혁당 관련 발언에 대한 대변인의 '사과' 발언이 문제가 된 후 새누리당이 정리해서 발표한 새 입장은 '현대사의 아픔'이었다. '사과'는 결국 빠졌다. 박 후보는 "피해를 입은 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한다"는 것이었다. 사법살인이 옳은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서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후 '위로'를 하다니. 가해자는 사과를 해야지 위로를 하는 입장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소통'으로 번역된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서로 통하는, 즉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인 일방향적 메시지 전달'이라는 틀에서 이해하는 학자들도 더 이상 거의 없다. 그러니 화가가 돼지를 그렸는데 관람객이 개로 읽었다고 해서 화가가 화를 낼 일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이지 관람객의 무식 탓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말을 하는 경우 의미의 공유라는 명제는 더 중요하다. 거짓말을 한 후 내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구구절절 설명을 한들 무슨 소용이랴. 그나마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따라오지 않는다면.

일반 시민들은 정치인의 말을 직접 듣기 어렵다. 그래서 언론을 통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거짓말만큼이나 위험한 것인 언론의 거짓말이다. 언론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기록해두고 들춰내고 비판할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도 않을 뿐더러 언론 스스로 거짓을 만들거나 전한다면 언론 또한 극악한 거짓말쟁이가 된다.

9월 1일 조선일보는 멀쩡한 일반인 사진을 1면에 크게 실으며 성폭행범 고종석의 얼굴이라 보도한 바 있다. 거짓이었다. 3년 전 태풍 사진을 어제의 광경인양 1면에 실었다가 망신을 당한지 40일 만이었다. 이틀 후 실린 사과문에는 "피해 입은 분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또 다른 거짓이 되었다. 타사의 비슷한 오보에 대해서는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문제라고 목소리 높이던 신문사인데, 결국 사회부장을 교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편집국장은 경고만 받았다. 이 조치로 사과의 진정성이 공유된다고 믿었던 것일까. 자사의 거짓에 대해 이렇듯 관대한 언론이 정치인의 거짓을 제대로 들춰내고 비판하길 바랄 수는 없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24인용 군용텐트를 혼자 설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자 간단하게 "되는데요!" 한 마디를 던졌던 'Lv.7벌레' 이광낙씨가 화제다. 그는 이 네 글자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0만명이 인터넷중계를 보는 가운데 90분만에 텐트를 쳤다. 상황을 모면하느라 어줍쟎은 거짓말을 하고 불리해지면 곧 실수와 착오와 유감을 들먹이는 거짓말쟁이 정치인과 언론들. 각성하시고 이광낙씨에게 진정성을 배우시길 바란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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