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두 달째 동결했다. 7월 금리 인하 효과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3) 여부 등 주요국의 정책 대응방향을 지켜보자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이 우리 바람대로 추가 경기부양에 적극 나선다면 앉아서 금리 인하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단 시간을 번 뒤 세계경제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인하 카드'라는 통화정책 여력을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 인하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7월 기준금리 인하는 생각한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시장은 단기적 시각에서, 중앙은행은 중기적 시각에서 결정하는데, 현재 금리가 적정금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외경제 회복 속도는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7월보다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여러 가지를 묶어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고, 유로지역은 올해는 마이너스지만 내년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번 결정도 실기론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갈수록 가시화하는 2%대 성장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기가 더 악화하면 한은이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예상 밖 동결 소식에 대한 실망감으로 매도물량이 크게 늘면서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상승(가격 하락)했다. 3년 만기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모두 0.07%포인트 오른 2,87%, 2.94%를 나타냈다. 원ㆍ달러 환율은 2원 오른 1,128.4원, 코스피지수는 0.66포인트(0.03%) 오른 1,950.69에 마치는 등 외환 및 주식시장은 오히려 덤덤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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