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은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동급생이 수업시간 중 계속해서 자는 바람에 교사가 수업을 끝내지 않자 화가 나서 '일어나라'고 손으로 옆구리를 찔러, 올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서면사과와 교내봉사 3일의 조치를 받았는데, 학생부에 기재돼 졸업 후 5년간 보존됩니다. 징계를 받았음에도 (대학까지) 향후 9년 동안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라는 낙인을 짊어진 채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기에 이 사건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헌법소원(위헌소송) 심판 청구서의 내용이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과연 위헌일까.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업과 진학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기본권 제한이 된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청구인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조치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헌재 판례들은 공익에 비해 기본권을 필요 이상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주요 판단 쟁점으로 삼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강영구 정책법률국장(변호사)은 "상담을 일상화한다든가 하는 교육적 방법이 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으며, 중간에 삭제할 수 있는 제도 등도 뒷받침되지 않고, 성인들의 전과기록 말소 기간보다 더 기재 기간이 길다"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부 기재는 처벌이 아니라 인성교육의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학생이 노력하고 변할 경우 그 과정도 쓰도록 돼 있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법률이 아닌 훈령으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명시한 것이 위헌인지에 대해서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에 학생부 기재 사항을 훈령으로 위임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훈령이 필요한 경우를 넘어서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관들이 바뀌면서 이번 위헌 소송은 내년이 되어야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제기했지만, 청구인이 고3학생이 아니어서 당장 올해 대입에는 영향이 없어 헌재도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소송을 이끌고 있는데, 고3 학생들의 경우 오히려 소송에 나서 혹시 인적 사항이 알려지면 대입에 더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청구인으로 나서겠다는 학생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전언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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