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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美대사 공관 피습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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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美대사 공관 피습 사망

입력
2012.09.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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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스티븐스(52)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리비아 벵가지의 영사관에서 현지 무장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무장 시위대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미국 영화에항의, 영사관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스 대사 외에 영사관에 있던 미 외교관 3명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 외교 공관에 대한 공격으로 대사 등 외교관 다수가 숨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사망 이후 안정 단계에 접어든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벵가지에서 무장한 수십명의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에 난입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사제 수류탄을 터뜨렸다. 리비아 정부 관계자는 "이 공격으로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한 미국 관리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은 가장 강력한 톤으로 우리 외교관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며, 어떤 테러 행위도 미국을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곳곳의 미국 외교 시설에 대한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 국방부는 이후 벵가지에 해병대 대(對) 테러팀을 급파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영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차량으로 대피하려다 로켓포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리폴리의 대사관에 있던 스티븐스 대사는 영사관 피습 소식에 직원들을 피신시키려고 전날 벵가지로 왔다가 변을 당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해 리비아 과도정부에 파견된 미국 정부 대표로 일하다가 5월 리비아 주재 대사로 정식 부임했다.

이날 벵가지 시위는 최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14분짜리 영화 예고편이 도화선이 됐다. '순진한 무슬림'이라는 제목의 예고편은 선지자 무함마드를 사기꾼이자 바람둥이로 묘사하는 내용이다. 반 이슬람 성향의 유대계 미국인 샘 바실이 지난해 제작한 것으로, 지난해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 불을 질러 무슬림의 공분을 산 미국 목사 테리 존스도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격이 테러 단체의 계획된 공격일 수 있다는 정황도 나온다. BBC방송은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 알 카에다 연계 테러단체인 안사르 알 샤리아가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그러나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 미 영사관이 습격 당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이집트 카이로의 미 대사관이 3,000여명의 현지 시위대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 대사관 구내로 난입, 9ㆍ11 테러 11주기를 맞아 조기 게양돼 있던 성조기를 끌어 내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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