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공장에서 대형 화재 두 건이 발생해 공장 노동자 등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AP통신은 11일 밤(현지시간)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의 4층짜리 의류공장에서 불이 나 공장 내부에서 작업하던 종업원 등 289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화재는 희생자 규모로 파키스탄에서 65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은 공장에서 인체에 해로운 염색 약을 다량 사용해 왔기 때문에 종업원 상당수가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BBC는 또 ▦공장이 비상구나 환기구 등 화재 대비 시설을 갖추지 않았고 ▦작업 때문에 건물 창문을 폐쇄했으며 ▦소방당국이 대형 화재에 대비한 진화 장비를 거의 갖추지 못해 희생자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의류 공장 대부분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소방시설 설치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대피 시설이 마땅치 않아 화염을 피해 건물 밖으로 뛰어 내리면서 골절상을 입은 부상자도 65명 이상에 달했다.
공장 2층에서 일하던 모하마드 살렘은 “화재 당시 150명 정도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다”며 “삽시간에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직원 모하마드 일리아스는 “지상으로 뛰어내리기 위해 공장 도구와 기계로 쇠창살을 부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창에 반쯤 매달린 채 시커멓게 탄 시신도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이 화염에 심하게 훼손돼 DNA 검사를 해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공장이기 때문에 사망 인원 및 대피 인원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에흐테샴 살림 카라치 소방서장은 “지하층에 갇혀 죽은 이들이 있어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파키스탄 제2도시 라호르의 2층짜리 신발공장에서도 누전으로 추정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 종업원 등 25명이 사망했다. 이 공장 역시 질식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고 비상구 시설을 갖추지 못해 희생자 규모가 커졌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공장 직원 무하마드 샤비르는 “발전기와 화학물질이 공장의 유일한 출입구를 막고 있어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소방관 누만 누르도 탈출구가 막혀 희생이 컸다며 “사람들을 구조하려고 건물을 부숴야 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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