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 중동정책이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피살 사건을 계기로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중동 분쟁에 가능하면 직접 개입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지난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축출 과정에서도 전면적인 군사 개입을 자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미국 대사 피살 사건을 계기로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등 보수파로부터 맹렬한 책임 추궁을 당했다. 롬니 후보는 1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생한 미 대사관 공격 사건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가 뒤섞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인의 잔인한 공격은 비난하지만 이번 일이 미국과 리비아간 연대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는 앞서 "다른 종교를 폄하하려는 고의적인 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사건의 발단이 된 영화를 비난했다. 경선 기간 내내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 나약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해온 롬니로서는 미국인의 안보 심리를 자극해 대선 이슈로 끌어올릴 구실을 찾은 셈이다. CNN 방송은 "지금까지 대선의 핵심 이슈는 경제 등 국내 문제였으나 이번 피습 사건을 계기로 외교ㆍ안보 문제가 중요 의제로 떠오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보수층의 비판에 대응하고 '강한 미국'을 원하는 표심에 부응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인 중동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번 사건은 이란 핵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에 반대해 대화와 제재를 고수했지만 중동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다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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