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대응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가 이란 핵개발의 금지선(레드라인) 설정을 거부한다면 이스라엘에도 금지선을 설정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이란에 금지선을 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 것과 관련,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공격하든 말든 관여치 말라며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네타냐후는“국제사회는 시간이 있으니 이스라엘에게 기다리라고 한다”며 “무엇을,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네타냐후의 공개 반발은 미 대선에서 가장 휘발성이 높은 외교문제에 직접 뛰어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오바마와 네타냐후의 정상회담이 백악관의 거절로 불발됐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하는 네타냐후가 워싱턴으로 찾아가 만나겠다는 제의를 백악관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세로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오바마의 일정이 꽉 차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이지 거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를 만날 때마다 이상기류와 온도차만 확인했던 오바마가 회담을 반겼을 리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백악관은 대신 이스라엘이 껄끄러워 하는 클린턴 장관을 보내 네타냐후와 회담하도록 했다. 양국 갈등이 여론전 양상을 보이자 이날 밤 오바마는 네타냐후에게 전화를 걸어 봉합 제스처를 취했다. 1시간 동안 계속된 통화에서 두 정상은 이란 핵 개발에 대해 통일된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11일은 두 나라에게 아주 길었던 하루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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