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탔더니만 벽 한 쪽에 붙어 있는 종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일종의 호구 조사 같은 걸 한다는 얘기였는데 정확하게 기재를 해야 대통령 선거 때 여러모로 혼란이 없을 거라고 했다.
아, 그래 대선! 찬바람 솔솔 불고 백일도 채 남지 않고 보니 나 역시도 누가 당선이 될까 이런저런 예상 같은 걸 해보게 되는데 그 앞길 모르겠음을 비유하기 위해 안개 운운하는 것이 새삼 이해되는 요즘이다.
어떤 점쟁이한테 물었더니만 누가 올해 이사 운이 끼었는가를 본다고 했대요. 그게 돌려 말하면 짐 싸서 청와대 들어간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선거 때마다 어찌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그랬다 안 그랬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어떤 이는 억울하고 또 어떤 이는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어야 자신이 억울해지지 않는 것이 정치판의 생리라 할 때, 언감생심 한 나라의 원수는 꿈도 안 꾸고 살아온 내가 꽤나 마음에 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종교인만 청렴결백해야 하랴,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건 귀신일 테니 그건 불가할 테고 최소한 국민을 대표하는 한 사람이 되려면 제 주제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인데, 가만 눈을 감고 제 부모를 걸고 제 살아온 삶을 반추함에 그럼에도 두 손 번쩍 들고 저, 저, 저밖에 없습니다, 하는 자 혹여 있다면 그를 뽑아줄밖에. 그건 거의 신의 경지가 아닌가, 해서 말이다. 대통령? 까짓것, 나는 시켜줘도 못한다. 왜? 내 죄는 내가 아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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