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레이저를 이용한 내시경수술로 위암을 치료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12일 "소화기병센터 의료진이 최신 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내시경조기위암절제술(ESD)을 했고, 이를 적용한 환자 10명이 잘 회복되고 있다"며 "칼이 아닌 레이저로 ESD를 시도한 건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8월부터 이 방식을 시도해온 의료진은 수술법과 환자 경과 등을 담은 연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ESD는 내시경 끝에 전류가 흐르는 금속 칼을 달아 위를 잘라내지 않고 점막에 있는 위암 조직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국내에서 연간 6,000여 명의 조기 위암 환자가 이 수술을 받고 있다. 칼로 위암을 도려내는 과정에서 출혈이 생겨 절개와 지혈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이 많을수록 수술시간이 길어지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칼 대신 이용한 레이저는 적은 에너지로 조직을 2mm 정도로 얇게 찢어 암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주로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 신경외과 영역의 수술에 쓰여온 기존 레이저는 지혈 능력은 우수하지만 조직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암이 아닌 정상 부위까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레이저는 결석(몸 속 조직이나 분비물이 돌처럼 단단하게 뭉친 덩어리)을 깨는 데는 괜찮지만, 섬세한 조직을 건드리기에는 위험해 소화기내시경 분야에서는 거의 쓰이지 못했다. 의료진은 지름 0.5mm 두께로 방출되고 흡수력이 기존보다 2.5배 강하면서 정교하게 조절되는 최신 레이저를 써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수술을 주도한 조주영(사진) 소화기병센터장은 "기존 ESD가 '피와의 전쟁'이었다면, 새로 시도한 내시경 ESD는 (출혈이 적은) '클린 서저리'"라며 "앞으로 위암뿐 아니라 다른 소화기내시경 수술 분야로도 확대 적용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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