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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거대 공기업 한전의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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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거대 공기업 한전의 안전불감증

입력
2012.09.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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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해 발전소와 송전선로 등 전력계통 사고가 빈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 울산 용연변전소 정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력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그 피해 여파가 크다. 막대한 경제 손실은 물론 자칫 환경재난의 위험마저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임의 주체가 보이질 않는다. 그저 고객의 사용 잘못과 전력 과소비로 인해 빚어진 불가피한 일, 혹은 외부 검사기관의 감독 소홀 탓으로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원인제공자인 한전은 늘 한 발 비켜나 있다. 발전소와 같은 대형 전력설비의 경우 제3자 검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조차 언급되지 않는다. 울산 용연변전소 정전사고의 경우가 그랬다. 사용전검사 제외 대상으로 기본적인 시험도 받지 않은 중고품을 사용해 무려 1,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외부검사를 수행했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인재였다.

최근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정전사고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배전 설비는 ‘자가용 전기설비’로 분류된 탓에 해당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관리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사고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아파트 전기안전관리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전은 이들 사고의 원인을 제3자인 외부 검사기관의 관리 책임으로 돌린다. 심지어 검사 무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전기안전공사는 올 들어 7월까지 이들 자가용 전기설비에 대해서만 총 4만3,000여건의 정기검사를 실시해 이중 2,645건(6.1%)을 불합격 판정하고 1만1,232건(26.1%)에 대해선 현장 시정조치를 내렸다. 안전공사와 같은 외부기관을 통한 검사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3의 기관을 통한 전력설비 안전검사는 점검 활동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 협력ㆍ납품업체들과 계약대가로 인한 금품수수 등의 구조적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흔히 한전이 외부 기관을 통한 안전검사시 발생하는 비용이 전기료 추가 인상이라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하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제도 개선에 강력 반대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왕에 누리는 권한만큼은 쉽게 내놓지 않겠다는 기득권 지키기 전략에 다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형 전력사고의 대부분이 한전 자체 관리 대상에 속한 설비들에서 주로 일어난 반면, 외부기관을 통한 검사대상 설비에서는 특별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만 보아도 한전의 논리는 그 자체가 억지이고 모순이다.

2000년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 화재사고를 계기로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검사 제도가 도입된 후 유사 사고 발생이 한 차례도 없었고, 2001년 수도권 집중호우로 가로등 감전사고가 잇따르자 사용전 점검을 의무화해 더 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은 것도 ‘외부기관 검사 무용론’을 반박하는 좋은 사례다.

더구나 세계적 추세도 한전의 주장과 다르다. 이미 선진국 주요 전력회사들은 법에 의한 안전관리제도를 통해 전력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원자력설비는 정부가 직접 검사하고 그 외의 전력설비에 대해선 강력한 ‘자주 보안체제’를 운용해 사용전 검사와 정기검사 후 정부나 등록심사기관의 안전관리심사를 받도록 법제화해 놓았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주정부에 따라 전력설비 검사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 뉴욕의 경우 주정부가 정한 법에 따라 제3자 검사 또는 전기사업자 자체 검사 후 결과를 정부에 제출,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전기안전에 관한 정부와 제3자의 검사가 실효성이 없다는 한전의 주장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권한은 내 몫, 책임은 네 탓’으로 돌리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국민 재난안전을 책임진 거대 공기업의 주인의식과, 유관 기관과의 공존 노력이 아쉬운 까닭이다.

임행균 전 서울과학기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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