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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변 냄새 나는 경주 펜대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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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변 냄새 나는 경주 펜대회 유감

입력
2012.09.1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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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78회 국제펜대회는 1년에 한 번씩 전세계 작가들이 모이는 큰 국제행사다. 문학세미나와 총회를 열고,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논의한다. 14일 총회에서는 망명북한펜센터의 펜클럽 가입이 표결에 부쳐진다.

이번 행사에서 펜클럽이 앞세워 표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인권 증진'이다. 그런데 그 구호가 '속빈강정'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북한 문인과 교류는 물론이고 국내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발언해 오지 않은 펜클럽 한국본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대회 전부터 의아하긴 했다. 대회 이틀째 세미나에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가 꼽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 이후 한국의 필화사건은 한수산의 , 조정래의 , 시인 고광헌 작가 송기원이 연루된 사건, 시인 박노해 등의 사건, 주인석의 희곡 등 수백 건이었다. 한국펜본부는 이 필화 사건들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저항했는가. 대회 연사를 맡은 한 중견 문인이 개막식 전 기자들에게 "한국 펜본부가 아직 활동하는 줄 몰랐다"고 한 말은 이 단체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펜본부는 이번 행사를 군사정권 시절인 1970년, 88년과 달리 민간이 주도하는 첫 한국 대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회 프로그램에 포함된 뮤지컬 '요덕스토리' '삼국유사' 공연과 전시회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부대행사비를 경주시가 지원했고, '독서의 해' 예산으로 5억원을 쓰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만 7억원이다. 2008년에 문화부 산하단체인 문화예술위원회가 반미쇠고기 시위 불참확인서를 요구하며 한국작가회의 지원금(3,400만원)을 끊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이런 정부 지원은 '특혜' 수준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을 3만달러(3,400만원) 이상의 개런티로 무리하게 섭외하다 실패한 주최 측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작가를 기자간담회장에서 참석 예정이라고 해 오보 사태까지 나게 했다.

문학이란 '말과 행동의 이율배반을 지양'하는 것이며, 작가란 '보수적인 세력들과 끊임없는 대립관계'에서 '부단한 혁명'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사르트르는 말했다. 이번 펜대회에서는 문학의 이런 진정성을 읽을 수 없었다.

경주=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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