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중앙 행정기관들의 세종특별자치시 이전이 본격화된다.
비록 총리실 일부 기능만이 우선 이전하는 것이지만, 이는 세종시가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기능을 담당하는 ‘제2의 수도’로 명실상부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을 의미한다. 2005년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수립, 고시 이후 7년 만이다.
12일 오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내 중앙행정기관이 들어서는 1-5구역 한솔동에 자리잡은 총리실신청사 주변은 이틀 후 새 주인을 맞기 위한 막바지 정비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문 앞 화단에는 50여명의 인부가 나무와 잔디를 심고, 각종 자재와 사무실 집기를 실어 나르는 소형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사무실 마다 칸막이 설치와 청소작업에 동원된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설점검에 나선 공사관계자들은 선발대가 사용할 사무실을 일일이 돌아보며 입주에 문제가 없는지 창틀과 조명, 사무실 칸막이 판넬 등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10㎞가 넘게 떨어진 세종시청사 주변 도로에서부터 내 걸려진 총리실 이전축하 현수막은 본격적인 ‘세종시대’를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 6월부터 총리실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승용(54)씨는 “입주를 앞두고 최근 며칠간 인부들이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며 “총리실 건물을 드나드는 인부와 차량을 점검하면서 역사의 주인공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은 정부기능의 안정적 정착과 이전 효율성을 위해 3단계로 나눠 이전작업이 추진된다. 제1그룹은 14일부터 5톤 화물차 40대 분량의 이삿짐 이동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이전을 완료, 17일부터 첫 업무가 시작된다. 1그룹은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과 세종시 지원단, 주한미군기지이전지원단, 지식재산전략기획단, 공직복무관리관실, 총무(I) 등 6개 부서로, 인원수는 140명이다.
이어 정책분석평가실과 조세심판원, 민정민원비서관실, 규제개혁실 등 제2그룹(448명)은 11월17∼30일까지, 정무실과 공보실, 의전관실 등 제3그룹(104명)은 12월1∼16일 이전한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6개 기관과 소속기관 6곳이 올해 안으로 이전을 마칠 예정이다.
내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 6개 기관과 교육소청심사위, 해외문화홍보원, 무역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등 12개 기관이 이전을 마친다. 2014년에는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소방방재청 등 4개 기관과 한국정책방송원, 우정사업본부 등 2개 소속기관이 이전한다.
국토연구원과 조세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16개도 2014년까지 이전하게 된다. 중앙행정기관 16곳과 소속기관 20곳, 정부출연 16개 기관이 모두 이전하게 되면 이전공무원 수가 1만3,800여명에 이른다.
총리실 이전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지역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첫마을 아파트 102㎡형의 경우 올해 초보다 프리미엄이 1,000만원 가량 뛰었다. 부동산중개사무소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사무실마다 집을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서는 이삿짐을 올리는 고가사다리 차가 쉴새 없이 오가는 등 뉴 타운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이삿짐센터 직원 김(43)모씨는 “오늘은 이사하는 집이 별로 없지만 다음주 ‘손 없는 날’에는 예약이 몰려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건설청 이충재 차장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국무총리실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며 “첫 단추가 잘 끼워질 수 있도록 총리실 이전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