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를 맞아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통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시중자금은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몰리기 마련인데, 최근엔 수익률이 자꾸 떨어지는데도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움직이고 있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연3%대 금리인 은행 예금에 돈이 몰리는가 하면 투자상품도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나 가계부채 등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원금은 지키자는 심정에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는 최근 3년간 8배(6,186억원→4조8,947억원)로 급증했다. 지난해(2조192억원)와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들이 원금보장 약속과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이란 점에 매력을 느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원금보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착 때문에 흔히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알려진 파생결합증권(DLS)도 최근엔 '원금보장'을 앞세운다. 원금보장형 DLS 발행 규모는 지난 1년간 두 배 가량 늘었다. 최근엔 금값 상승 바람을 타고 금 DLS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절세 기능을 갖춘 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채권형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9%대로 해외주식펀드(4%대)를 압도하고 있다. 브라질 국채가 대표적이다.
전날 국내에서 첫 발행된 30년 만기 국채에도 시중자금이 몰렸다. 30년 만기 국채의 유통수익률은 발행금리보다 0.06%포인트 떨어진 연 3.02%를 나타냈는데, 이는 20년 만기 국채보다 0.03%포인트 낮다. 사자 주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만기가 길수록 채권금리는 높아진다'는 경제 원리마저 깨졌다. 그만큼 향후 저금리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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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만기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11조4,000억원 늘었다. 이로 인해 시중통화량을 뜻하는 광의통화(M2)도 0.9% 증가했다.
한은은 "유럽 재정위기 등 국내외 경기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실물경제 투자 등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금융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하다"며 "시중통화량 증가는 결국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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