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해를 반납하겠다. 10원 가져가라." "낙하산 인사 즉각 철회하라."
지난 7월 말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 인사에 항의하기 위해 11일 서울 동아일보사앞 청계광장에 출판인과 시민 3,000명이 모였다. 이날 북 콘서트를 겸한 궐기대회에서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하고 요란하게 선포식까지 열었지만 정작 출판 지원에 인색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출판진흥원 설립은 출판계의 숙원이었지만 초대 원장이 '청와대 낙하산' 혐의를 받으며 출판계와 정부간 갈등만 키워 놓았다. 출범 전 내정된 진흥원 비상임이사 7명 가운데 출판계 인사 4명은 원장 임명 직후부터 이사 선임을 거부했다. 이렇다보니 아예 문화부 지원을 받아 진흥원에서 시행하는 문화부 추천도서 선정사업에 지원조차 하지 않은 출판사도 있다. 한국이 주빈국이었던 최근 베이징국제도서전에 진흥원쪽에서 어떤 지원도 않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출판 현안을 점검하다 진흥원장 임기가 다 가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빈 말로 들리지 않는다.
문화부의 '독서의 해' 지원에 출판계가 기대를 접은 지도 오래다. 올해 '독서의 해' 예산은 5억원. 전체 인구로 나누면 1인당 10원꼴이다. 2007년 72억원이던 우수도서 구입 예산은 올해 52억원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지원정책이 퇴보하는 사이 출판계에는 고사의 위기감마저 감돈다. 단행본의 경우 과거 초판을 2,000부 정도 찍었으나 최근 더 줄었고, 인문서는 아예 500부씩 찍는 게 기본이 돼 버렸다.
출판은 영화, 음악, 교육 등 문화 다방면에 걸친 콘텐츠 보고다. 문화부가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류'처럼 성과가 얼른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만 매달린 문화정책으로는 한류 역시 '사상누각'처럼 위태로울 뿐이다. 이런 불화가 정부가 독서문화 진흥을 하겠다고 선언한 해에, 정부가 자초해 벌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채지은 문화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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