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하는 재벌총수, 두 이(李) 회장이 손을 잡았다.
홍콩을 방문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1일 청콩그룹 영빈관에서 리카싱(李嘉誠) 회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삼성그룹과 청콩그룹간 포괄적 사업협력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 측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청콩그룹에선 리카싱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 부회장과 케닝 폭 사장 등이 동석했다.
이날 회동과 사업협력합의는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경영스타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삼성이 외국기업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을 때엔 해당계열사 CEO가 담당했고,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선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고위소식통은 "한국 최대그룹의 총수와 중화권 최대그룹 총수가 직접 만나 포괄적 사업협력을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라며 "향후 두 그룹이 어떤 식으로 협력관계를 구체화해 나가느냐에 따라 아시아 기업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두 회장의 회동에는 후계자들까지 동석, 양사의 제휴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양 측은 세부 협력방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휴대폰 통신장비 건설 플랜트 엔지니어링 등 다방면에 걸쳐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과 통신장비 쪽에선 이미 제휴가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청콩그룹 산하 허치슨왐포아의 자회사인 영국 허치슨3G로부터 LTE 통신망 구축사업을 수주하면서 기지국 장비를 납품하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유럽 LTE 통신장비 시장에 처음 진출했는데, 이번 제휴를 통해 삼성전자는 장비 뿐 아니라 최신 스마트폰 공급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홍콩 지하철 연장 공사 사업을 수주하면서 홍콩건설 시장에 첫 진출했다. 삼성은 청콩그룹이 항만, 발전, 수처리 사업분야에 주력하는 만큼 해상플랜트와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공동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리카싱 회장은 장쩌민 전 주석 등 중국 공산당 실세들과 각별한 친분을 맺고, 본토에서 건설, 부동산 개발 등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삼성이 가장 중시하는 해외시장인 중국 내 사업에서 '삼성-청콩'연대는 상당한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해외사업을 부쩍 확대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동행한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홍콩은 호텔, 유통사업 등이 발달한 반면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사업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이 홍콩과 한국에서 유통과 호텔, 테마파크 분야에 공동 사업을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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