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0일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발언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박 후보의 역사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명의 사형 집행을 가져온 1975년 판결이 2007년 재심의 무죄 판결로 무효화됐는데도 두 가지를 동일 선상에 놓고 거론한 것은 유력 대선 후보의 법치관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2007년 무죄 판결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11일 "(2007년) 법원의 (무죄)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헌정 수호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되려는 대선후보인 만큼 5ㆍ16 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전국농촌지도자대회 참석 후 "2007년 무죄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말한 대로 같은 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해 또 논란을 낳았다.
이는 박범진 전 국회의원이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가 출간한 학술총서 에서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 제가 입당할 때 북한산에 올라 가서 오른손을 들고 입당 선서를 한 뒤 참여했다"고 증언한 것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박 전 의원의 증언은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조윤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2007년 판결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는 것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에 대해 정치권뿐 아니라 법조계, 학계 등에서 비판의 소리가 쏟아졌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심 판결 의미를 알고도 그랬다면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박 후보가 아버지 입장을 옹호하는 차원과는 별도로 정치지도자로서 자신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재심 판결이 확정되면 그것이 최종 판결"이라며 "박 후보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황식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재심에 의해서 판결된 것이 사법부 입장에서는 최종 판결"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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