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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A 코리아/ <상> 향후 정책 과제- 전문가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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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A 코리아/ <상> 향후 정책 과제- 전문가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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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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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어 리그급' 신용 유지하려면 "가계부채 선제적 대응을"

신용등급만으로 국격(國格)을 따진다면, 2012년 8월 27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신용등급 10위권 밖의 나라였다. 그런데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등급을 AA-로 올림에 따라 '글로벌 톱10'에 당당히 진입했다. 무디스와 피치(9월 6일)의 잇단 등급 상향 조정으로 대한민국은 무디스 기준으로 세계 공동 8위, 피치 기준으론 세계 공동 10위가 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10위권 안에 들었다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 은성수 국제금융정책 국장은 "외견상 A+에서 AA-로의 상승은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간 것에 불과하지만, A레벨에서 AA레벨로 상승했다는 건 영국 프로축구로 따지면 2부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맨유, 첼시 등 명문 구단이 경쟁하는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하면 구단 운영이 달라지듯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시경제 조합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재정에서 복지 지출이 증가하고, 환율 정책도 보다 유연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실제 이번 설문에 응한 경제전문가 24명 중 절반 이상이 당국의 현 정책조합을 찬성했으나, 3분의 1 가량은 재정과 대외균형 부문에서 기존보다 유연한 정책을 주문했다. 경실련 경제정책팀 김한기 국장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환율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의 배만 살찌게 할 게 아니라, 수입 물가를 낮춰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대외균형 정책은 현 기조를 유지하되,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예측되는 만큼 10조~15조원 가량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위협은 가계부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자, 당국이 최우선 대응해야 할 과제로는 '자산가치 하락과 가계부채 관리'가 꼽혔다. 24명 응답자 가운데 80%가 넘는 20명이 디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가계 부실 가능성에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무디스와 피치 역시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가계부채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은행의 건전성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리스크로 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등급을 평가할 때 우선시하는 게 공기업 부채, 중국 경기 둔화, 가계부채, 북한 리스크 등 4가지"라며 "이 가운데 공기업 부채, 중국 경기 둔화, 북한 리스크는 어느 정도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보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요컨대 가계부채 관리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무디스나 피치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S&P의 추가 등급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환율 변화는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등급 상승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변할 거시경제 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응답자의 87.5%는 원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높아져(환율 하락), 연말에는 1,050~1,100원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급격한 환율 하락이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실제 대외 부문에서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안 탓에 환율 변동은 아직 미미하나, 한국 국채의 인기가 높아지고 신용부도스와프(CDS)가 하락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부도 가능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CDS 프리미엄의 경우, 그 동안 한국이 줄곧 중국보다 높았으나 신용등급 상향을 전후로 한ㆍ중 간 프리미엄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중국이 147bp(1bp는 0.01%포인트), 한국은 161bp였으나, 이달 5일에는 각각 100.1bp와 98.7bp로 뒤바뀐 것이다.

정부, 체감정책 마련에 고심

정부는 서민들이 등급 상향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은 "대다수 경쟁국의 등급이 떨어지는 와중에 등급 상향이 가능하도록 원동력을 제공한 것은 일반 국민"이라며 "이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 직후인 6일 산업은행이 7억5,000만달러 공모채를 지난해 8월 가산금리(2.70%포인트, 국책은행 평균금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1.55%포인트)에서 발행하는 등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서민의 부담 완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기업과 KB금융ㆍ신한금융ㆍ하나금융ㆍ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단기 차입의 급격한 증가를 경계하면서도, 신용 상승으로 해외 자본조달 금리가 낮아진 만큼의 효과가 금융권에 머물지 않고 일반 고객에 전이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교보ㆍ대한생명 등 국내 대형 보험회사도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등급 상향의 수혜자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설문에 도움주신 분(가나다 순)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거시경제실장, 김지은 삼성증권선임연구원,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연구위원, 김한기 경실련경제정책팀장, 김형렬 교보증권투자전략팀장, 나중혁 IBK투자증권연구위원, 문정희 대신증권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수석연구위원,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유재원 건국대경제학과교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교수, 이상재 현대증권투자전략부장, 이승우 KDB대우증권연구원, 이영원 HMC투자증권투자전략팀장, 이재준 KDI 경제동향전망팀장,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연구위원, 이지형 우리투자증권연구원,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거시경제실장, 전민규 한국투자증권연구위원, 전성인 홍익대경제학과교수,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위원, 한치환 KDB대우증권연구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 한국, 나홀로 승급 배경은

"런던 올림픽처럼 경제 올림픽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한국 신기록이다."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Aa1'으로 올린 직후인 지난달 28일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조차 '룩킹 삼진'(야구에서 타자가 스윙도 못하고 당하는 삼진) 당하듯 등급을 강등당하는 '글로벌 경제위기 시즌'에 거둔 성적이니 '대회 신기록'으로 해석해도 민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박 장관의 지적처럼 올 들어 AA(더블A) 등급 국가 중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올려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 2011년 이후 두 개 이상의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한국이 처음이다. 반면, 재정위기 진원지인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줄줄이 등급 하락의 철퇴를 맞았다.

그렇다면 한국이 위기 국면에서 신용등급 신기록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무디스, 피치와 막판까지 협의했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 라인에 따르면 북한의 정권 교체가 가장 큰 계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재정건전성, 매년 쌓이는 무역수지 등 기초체력에서는 이미 AA 등급 수준인데도 한국은 '북한 리스크' 탓에 제 등급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으로 정권이 승계되면서 등급 반전의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재정부 정책 라인은 3대 신용평가사 관계자와 수시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새 정권이 남한과의 대결 구도에서 탈피,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컨퍼런스 콜에는 국방부와 국정원 관계자를 포함시켜 국내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대북 관련 고급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제공되면서 북한 변수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무디스가 3대 신용평가사 중 가장 먼저 등급을 올린 데에는 오랜 기간 한국을 맡아 온 톰 번 아시아담당 선임 애널리스트의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톰 번 애널리스트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지한파(知韓派)로, 한국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S&P와 피치가 미동도 않던 2010년 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올해 4월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리는 결정에도 참여했다. 또 등급 전망이 높아진 뒤 재정부 담당 과장이 '도움(help)에 감사한다'라는 이메일을 보내자, 'help의 의미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준 것을 의미한다면 감사의 인사를 받겠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공정한 평가였을 뿐 한국을 '특별대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부터 한국을 담당했는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경제 부문 이외 전문가들도 접촉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례협의를 위해 방한했을 때는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을, 올해는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을 만난 게 대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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