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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벤치마킹한다" 기업 배우러 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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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벤치마킹한다" 기업 배우러 가는 기업들

입력
2012.09.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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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다다닥 따다다딱."

현대카드 서울 여의도 사옥 내 직원들이 자주 찾는 레스토랑 '더 박스'의 한 쪽 벽면에는 한 뼘 정도 크기의 소형 LED모니터 60개가 연결 설치돼 있다. 이 모니터에는 키보드 입력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글자가 한 자 한 자 떠오른다. "현대카드 체크카드를 쓰고 있는데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국내 전용만 발급되는 까닭에 해외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어서예요. 해외에서 현금인출만이라도 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콜센터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고객들의 민원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이 곳의 명칭은 '통곡의 벽'.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현대카드의 의지가 투영된 공간이다.

'브레인스토밍존'도 눈에 띄는 공간이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탁자들 위에는 두루마리 형태의 종이뭉치가 고정돼 있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우연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유롭게 메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통곡의 벽을 포함해 현대카드 사옥을 견학한 인원은 총 2,825명에 달한다. 국내외 기업 및 교육기관, 정부기관에 소속된 202개 팀이 현대카드 사내투어를 신청하고 방문했다. 프로그램은 사옥 내 주요 공간을 둘러보면서 해당 공간이 설립된 취지 등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40여명도 다녀갔다. 증권사 사장이 혁신사례를 배우기 위해 카드사를 직접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약 3시간 동안 현대카드 사옥을 둘러보고 혁신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혁신을 진행해 온 현대카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방문을 추진했다"며 "현재 KDB대우증권이 추진하는 5대 혁신경영과 일치하는 부분도 찾아 현장에 적용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에서 실무자가 상급자에게 결재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0시간 30분밖에 안 되는 점을 벤치마킹해 KDB대우증권이 추구하는 속도경영과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다.

포스코 포항사옥도 새로운 기업문화 목표인 '감사나눔운동'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포항시청, 국군간호사관학교, 천지세무법인 등 여러 단체가 이 곳을 방문했다. 포스코는 사소한 것이라도 동료들을 칭찬하는 글을 써 붙일 수 있는'땡큐존'을 사무실 한 쪽에 마련했고, 감사를 주제로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감사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포항제철소 내 현장 표지판도 "안전모를 쓰세요"에서 "안전모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으로 바꿨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 효율만 중시해 비슷비슷하던 업무공간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를 조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성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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