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에 대해 경찰이 범행 전에 최소 두 차례 체포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서씨의 전자발찌 위치기록에 대한 경찰의 늑장 조회와 수사당국간 유전자(DNA)정보 공유부재로 기회를 허공에 날려 1차 성폭행을 저지른 서씨가 2차로 흉악범죄를 저지를 소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폭행범 수사절차 및 매뉴얼과 수사당국간 정보공유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서씨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저항하는 30대 주부를 살해하기 13일 전인 지난달 7일 오전 중랑구 면목동 한 가정집에 침입해 또 다른 30대 주부를 성폭행하고 달아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로부터 서씨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한편 성우범자 354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중랑서는 법무부 산하 위치정보중앙관제센터에 서씨를 포함, 관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들에 대한 위치기록 정보를 요청했다. 범행 시간 전후에 현장 인근을 지나간 성우범자는 모두 5명. 이 가운데 서씨만 범행현장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경찰이 위치정보중앙관제센터에 위치기록 정보를 요청한 것은 지난달 23일로 면목동에서 1차 성폭행이 발생하고 16일이나 지난 뒤이며 중곡동에서 2차 성폭행 시도ㆍ살해가 있고 사흘이 흐른 뒤라는 점이다. 서씨의 흉악범죄로 사회적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그제서야 면목동 성폭행 사건과 동일범인지 여부를 확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결국 경찰의 늑장 조회로 서씨의 2차 범행을 막지 못한 셈이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중랑서를 찾아 전자발찌 대상자 위치정보 활용에 관한 교육까지 실시했다"며 "경찰이 요청하면 즉각 관련자 정보를 제공하는데, 왜 뒤늦게 자료를 요청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랑서는 또 면목동 성폭행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로부터 채취한 범인의 체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사건발생 23일 뒤인 지난달 30일 국과수는 '동일 유전자 정보 없음'이라는 답을 중랑서에 보냈다. 엉뚱하게도 국과수는 하루 뒤 서울 광진경찰서에 서씨의 DNA가 면목동 성폭행 사건의 것과 동일하다고 통보했다. 당초에는 서씨의 DNA 정보가 없었던 국과수가 그야말로 우연히 여론이 들끓었던 흉악범 서씨와 면목동 성폭행범의 DNA가 같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통보한 것이다.
문제는 국과수에는 없는 서씨의 DNA 정보가 대검찰청이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DB)에는 있다는 사실이다. 대검 관계자는 "성폭행의 경우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DNA를 수집하며, 법 시행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2010년 이후 수감생활을 했다면 대상이 되는 만큼 서씨의 DNA 정보가 대검 DB에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시행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은 흉악범죄자에 대한 DNA 정보를 수집 관리하도록 했다. 서씨는 2004년 면목동 한 옥탑방에 침입,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지난해 11월 공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과수 DB(구속 피의자나 미제사건 현장 정보)와 대검 DB(수형인 대상)사이에 상시적인 공유 시스템은 없다"며 "중랑서 건의 경우 경찰 DB에 동일 정보가 없다는 통보를 해준 뒤 대검에 비교 요청했으나 지금도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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