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1일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힘으로써 안 원장의 향후 행보와 선택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비롯해 무소속 출마, 신당 창당 등 각종 설만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안 원장의 선택에 따라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선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지 여부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돼 있다. 야권은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로 갈라지면 대선에서 필패한다고 판단하고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 이후 출마 입장을 밝히기로 한 것도 단일화 추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야권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단일화는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단일화 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민주당 지도부는 안 원장의 입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안 원장 측은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안 원장이 '새 정치'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입당보다는 신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 상태에서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불임정당'을 우려하는 민주당과 안 원장 측이 단일화 방식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담판'으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이 담판으로 대선 후보를 양보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안 원장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안 원장이 지난 달 충남의 농촌마을을 방문해 "아직 나이도 있으니 이번이든 다음이든 기회가 닿을 수도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뒤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물러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이 단일화에 나서지 않고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원장은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간층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등이 독자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 지지층의 독자 출마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안 원장이 신당 창당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신당설을 부인했다. 정당의 도움 없이 대선을 치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소속 출마도 안 원장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시나리오일 수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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