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시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취안허(圈河)해관(海關). 두만강이 휘감아 도는 이곳은 북한 나진항과 가장 가까운 중국 세관이다. 기자가 도착한 11일에는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이 늘어서 있었다.
중국의 변방인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지난달 나진항으로 직접 연결되는 도로가 뚫린 것과 무관치 않다. 취안허해관에서 나진항까지는 원래 1시간 이상 걸렸으나 이번 도로 개통으로 그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었다. 북한과 중국은 나진항의 물동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나진_훈춘고속도로와 두만강 다리도 건설하기로 했다.
20여분 더 남쪽으로 차를 타고 가자 기와 지붕을 얹은 탑 모양의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만나는 접경지 팡촨(坊川)에 세운 높이 65m의 관광탑이다. 1일 문을 연 전망대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동쪽을 바라보니 두만강 너머 오른쪽으로 북한 함경북도 두만강시 두만강리가, 왼쪽으로 러시아의 하산이 보였다. 동해까지 거리가 10㎞에 불과한 이곳은 예부터 '닭 울음 소리 3국을 깨우고, 개 짖는 소리 3국을 울리며, 꽃 향기 사방에 풍기니, 웃음소리 이웃나라까지 전해지'는 동네로 유명한데 중국은 이제 이 지역을 관광상품으로 개발, 재미를 볼 요량인 듯 하다. 입장료가 무려 70위안(약 1만2,500원)에 달하지만 하루 입장객이 수천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나진항까지는 직선 거리로 30㎞ 남짓. 안내원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러시아를 찾았을 때 기차를 타고 넘어간 곳이 바로 저 앞의 조로(朝露)철교"라며 "지금도 하루 두 차례 열차가 오간다"고 말했다.
북한과 지린성의 접경을 따라가며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나선경제무역지대 개발에 대한 북한의 의지다. 이러한 흐름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중국을 다녀간 후 더욱 뚜렷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말 열린 나선경제무역지대 투자토론회와 제2차 나선국제상품전시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체코와 스웨덴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북한의 백호무역회사와 중국의 친황다오금지부동산개발유한공사가 나선에 국제상업무역중심을 짓고 있다고 강조했다. 4만여㎡의 터에 7개 건물을 세우는 이 계획의 1단계 사업은 다음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국 동방망(東方網)도 최근 시멘트 공장 건설 투자 의향을 밝힌 야타이(亞泰)집단을 비롯해 중국자오퉁(交通)집단, 중국철로건설집단, 자오상(招商)집단 등이 곧 나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나선의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지린성 창춘(長春)에서 북중무역투자프로젝트상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황철남 나선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중국 농업회사 베이다황(北大荒)이 농업시범구를 건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0일에는 옌볜하이화그룹(延邊海華集團)이 북한 청진항의 3,4호 부두를 30년 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나선 카지노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 동안 중국의 동해 진출에 비협조적이었던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안착이 절실해지면서 나선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팡천(훈춘)=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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