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열도 국유화에 중국이 영해기선 선포라는 강수로 맞섬으로써 양국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이 11일 해감선(海監船·해양감시선) 2척을 댜오위다오 해역에 파견하는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양국의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는 11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을 향한 가장 적나라한 도전 행위”라고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비판했다. 해방군보는 “중국의 민족 감정에 상처를 입히고 중일 관계를 신세기 이래 가장 엄준한 도전에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일본 정부를 비판한 뒤 “지금의 중국은 일본 침략 전쟁 당시의 중국이 아니며 주권과 영토 문제에서 중국 정부와 인민은 반걸음(半步)도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이 칼럼을 홈페이지에 전재하고 “일본 경제의 추락에도 손을 쓸 수 없는 집권 민주당과 최대 야당 자민당이 댜오위다오를 정치 쟁점으로 삼고 있다”며 “이성을 지켜야 할 위정자가 오히려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발표한 담화에서 “사태 발전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상응하는 조처를 할 힘을 보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 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원 총리는 10일 베이징(北京)시 창핑(昌平)구의 외교학원 신캠퍼스에서 열린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예전에 중국이 굴욕을 겪을 때 산하(山下)가 부서지고 찢겨져도 약국(弱國)에 외교는 없었다”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의지를 굳건히 해 영토를 수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해감선과 어정선(漁政船ㆍ어업지도선)을 댜오위다오 해역에 진입시켜 일본의 실효지배 무력화를 시도하고 향후 댜오위다오 탈환을 가정한 무력시위 성격의 상륙 훈련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의식한 듯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1일 자위대 간부회의에 참석해 북한,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거론하며 “하루하루의 경계 감시 등 유사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노다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 후 북한, 중국, 러시아를 한꺼번에 거론하며 자위대에 경계감시 강화를 주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중국 해감선과 일본 경비선의 물리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은 중일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 때문에 곧바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
대신 중국이 외교ㆍ경제 등에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중국은 양자 관계가 틀어질 때 고위층을 비롯한 인적 교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상대국에 불만을 전달했는데 이번에도 그 방식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더 걱정하는 것은 경제 보복이다. 중국은 2010년 9월 일본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 잔치슝(詹其雄)이 체포되고 댜오위다오 분쟁이 격화하자 일본의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끊는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해 백기 투항을 받아낸 전례가 있다. 전국적인 반일 시위 및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조장 또는 방치하는 것도 중국 카드의 하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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