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대위가 간암 투병 중인 홀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했다. 성신여대 학군단(ROTC) 훈육관 오윤정(33) 대위는 어머니 최유나(56)씨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을 최근 마치고 회복 중이다.
오 대위의 어머니는 20년 전부터 B형 간염으로 고생하다 최근 간경변과 간경화 증세가 악화하면서 7월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간 전체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라 간 절제가 어려웠다.
평소 '효녀'로 소문난 오 대위는 병원 측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들은 뒤 망설임 없이 간 제공을 자청했다. 그는 3일 서울대병원에서 7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65%를 떼어내 어머니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3남매 중 둘째인 오 대위는 2002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숨진 뒤 결혼한 언니와 어린 남동생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왔다. 오 대위는 "간 이식은 홀로 자식을 키우며 고생이 많으셨던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도리였다"며 "간 이식에 거부반응이 생기면 수술 기회도 없다는데 다행히 수술을 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간 이식 이후 군 생활에 어려움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에겐 "평소 건강한 체력을 유지해온 만큼 걱정 없다.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성신여대 후보생들에게 당당한 훈육관으로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오 대위는 어릴 적 꿈이었던 여군의 길을 걷기 위해 2004년 여군사관학교 49기로 군에 입대했고 초군반 과정을 전체 1등으로 마쳐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이후 여군들이 잘 가지 않은 보병을 선택한 뒤 2008년부터 여군 보병 중대장으로 활약했으며, 지난해부터 성신여대 학군단에서 훈육관으로 후보생을 지도해오고 있다.
오 대위가 홀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는 사연을 전해들은 성신여대 학군단 후보생들은 헌혈증서 350장을 모아 수술 성공을 기원했고,심화진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들도 모금활동을 통해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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