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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어설픈 장관, 불순한 교육감

입력
2012.09.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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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야말로 '무능한 보수'와 '불순한 진보'의 난장판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사사건건 지루한 대립과 갈등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장관은 어설프고, 교육감들은 불순해 보인다.

진심과 성의는 다른 입장과 생각을 모아 발전을 이루는 힘이 된다. 하지만 지금 교육계엔 그 힘이 없다. 진심과 성의보단 무기력한 타성과 방자한 기만이 판칠 뿐이다.

교과부가 최근 발표한 '인성교육 대국민 설문조사'는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한 무능과 타성의 기념비라고 할 만하다. 인성교육에 대한 인식 수준과 실태를 파악해 실효성 있는 인성교육 실천과제를 발굴, 확산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설문은 도저히 중앙부처의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일례로 건전한 인성계발을 위해 학교 체육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는 건 이미 사회적 공감을 이룬 부분이다. 따라서 그게 여의치 않은 현실적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당연히 학교 체육시수 운영 현황, 교사 및 강사 확보, 체육시설 상황 등에 관한 구체적 연구조사를 기대했다. 하지만 설문은 '체육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여부, '예술활동의 지원 확대가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의 여부 등을 묻는 매우 피상적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설문의 수준이 이러니 인성계발과 관련된 다른 활동에 관한 조사도 싱겁긴 마찬가지다. 대체 '학생들이 평소 독서활동을 충분히 하고 있다'에 대한 느낌의 정도를 묻는 설문에서 어떻게 정책적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나올 거며, '교과교육을 통한 언어문화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어떤 응답자가 굳이 아니라는 답을 할 것인가. 이런 식의 맹탕 조사 결과를 놓고 장관은 물론 총리까지 나서 인성교육주간이니 뭐니 하니, 어떤 학교가 교과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믿을 수 없기는 걸핏하면 교과부에 반기를 드는 진보교육감들도 마찬가지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이 이번에 들고 일어선 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다.

지난 2월 정부의 학교폭력종합대책에 포함된 내용은 학교폭력 억제를 위해 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해 대입시 인성평가에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소년원 송치 사실까지 포함시켜 위법 논란을 빚었지만, 기재 원칙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은 뒤늦게 대입 수시전형에 맞춰 기재 거부 실력행사에 들어감으로써 큰 혼선을 일으켰다. 학교와 학생들의 동요를 생각했다면 일단 교과부 훈령에 따르되, 그 위법성에 대해선 별도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따졌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무슨 가두시위 하듯 일을 벌였고, 결국 각 대학에선 기재 거부 학교 출신 응시생들에 대해 별도 '학교폭력 자필 확인서'를 받기로 해 공연한 소동이 돼버렸다.

진보교육감들은 "어떻게 선생이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며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눈물을 믿고 싶지 않다. 왜? 지난해 이래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허무하게 스러지는 동안 진보교육감 중 누구도 학생들과 진심으로 교감하지 못한 일선 교사들을 질책하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에 교내 휴대폰 사용 허용규정을 굳이 넣겠다며 온 나라를 뒤흔들었지만, 실제론 있으나마나 한 규정이라는 걸 잘 안다. 오히려 유해 콘텐츠 등을 감안할 때 학생 휴대폰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하는 현실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현실보다는 짐짓 민주나 인권의 투사가 되어 세상을 흔드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진심과 성의가 부족해 교육계를 끝내 통솔하지 못한 장관도 한심하지만, 일선 학교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교육감들의 불순한 이벤트를 감당하기도 지쳤다. 2008년 첫 시ㆍ도 교육감 직접선거 이래 5년. 변화가 필요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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