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에 이어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참여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했던 주택시장 규제 정책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MB 정부 5년 동안 정책 타이밍을 번번이 놓친데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키움으로써 전셋값 폭등을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해양부는 11일 분양가상한제를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토록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모든 공동주택에 적용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보금자리주택이나 가격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의 주택을 대상으로 국토부 장관이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용하도록 완화했다. 또 현행 투기과열지구ㆍ주택공영개발지구에서 건설ㆍ공급되는 주택과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은 일정기간 전매행위를 제한했으나, 앞으로는 주택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전매행위 제한주택으로 지정한 경우에 한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불안 등의 우려가 있으면 언제든 분양가상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면 폐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로써 참여정부 때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상한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각종 규제가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정부는 10일 발표한 양도세ㆍ취득세 감면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으로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감세 적용기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과 거래량이 지속 하락해 빈사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뒤늦게 규제를 폐지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실제 MB 정부 5년 간 수도권 신도시 집값이 16.6% 급락하는 등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전셋값은 서울 28.2%를 비롯해 수도권(28.6%), 신도시(24.8%), 경기(27.3%) 등 참여정부 때보다 배 이상 올랐다.
업계는 전셋값 폭등의 주원인으로 시세의 80% 선에서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을 꼽는다. MB 정부는 2009년 서울 강남 등 시범지구 4곳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까지 수도권 21곳을 보금자리지구로 선정하고 3만7,761가구를 공급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택경기가 실종된 상황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소장은 "현 정부가 집권 초기 좋은 입지에 저렴한 가격으로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공급물량은 턱없이 모자랐다"며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폭등한 데는 서민들에게 섣부른 기대감을 갖게 해 매매 수요를 전세 수요로 바꾼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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