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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의대 정원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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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의대 정원 증원

입력
2012.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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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 포괄수가제(진료비 정액제) 등 각종 의료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로 다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해묵은 논쟁이긴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빠른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를 감안해 의대 입학 정원을 20% 늘려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최근 내놓고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그러나 의대 정원 늘리는 걸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3일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악법 규탄대회’를 통해 대정부 정면 투쟁까지 예고해놓고 있다.

이재호 의협 의무이사는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의대 입학 정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배 가파른 의사 수 증가 속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 밀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의료인력 부족은 의사 수 총량의 문제가 아닌 효율적 이용에 관한 문제인 만큼 의대생을 늘리기보다는 효율적인 의료인력 재배치가 선행돼야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소득증가, 노령화, 의료기술 발달로 의료이용량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는데도 주5일제 근무 정착 등으로 의사의 공급 능력은 되레 감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내년부터라도 의대 입학 정원을 지금의 3,000명에서 6,000명 수준으로 늘려야 2020년 이후 국제 평균에 겨우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10년간 의료이용량 경제 성장률의 2배… 고령화 가속·복지 수요 증가 등 감안해야"

의사수의 적정 여부는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흔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2011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한국이 1.9명인데 비해 OECD 평균은 3.1명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20년 의사수는 최소 3만명 이상이 부족하다. 한국의 의사수에 한의사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부족 현상은 실제 이보다 더 심각하다.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대비 의사소득의 비를 비교해보면 유럽의 경우에는 2, 3배이나 우리나라는 5, 6배다.

또 대학입시에서 의대의 선호도를 보면 의사자원의 희소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의료시장에서 전국의 병원이 해마다 선발하는 전공의(레지던트) 숫자는 4,000명인데 비해, 지원자는 3,000명에 불과해 매년 1,000명이 부족해 비인기 전문과목의 미달 사태가 빈번하다.

국민의 의료이용량은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한 데 비해 의대 입학정원은 오히려 10% 줄었다. 의약분업 파동 때 정부가 객관적 검토 없이 의사단체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의사 총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나마 대도시에 집중되다 보니 지방병원은 비싼 임금에도 의사 구하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의료취약지인 농어촌 보건소에 근무할 공중보건의사가 격감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의사수의 절대적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총량이 증가해도 부문간 지역간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이다.

의사가 몇 명이 적당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는 마치 동네식당이 몇 개가 적당한가라는 질문과 똑같다. 차이점은 의사는 입학정원이라는 진입장벽을 통해 독점인 반면, 동네식당은 누구나 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면허제도는 자격제도이므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 면허를 발급하되, 그 숫자를 제한하면 소비자 피해가 막심하다.

1970년대 감기몸살로 동네의원에서 주사 한대 맞고 3일치 약을 받으면 외래진료비가 5,000원 정도였는데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 정도였으니, 외래진료비가 무려 짜장면 50그릇과 맞먹었다. 80년대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의대 입학정원은 단기간에 2배 가까이 늘었고, 이후 병원 문턱은 많이 낮아졌으며 최근 외래진료비는 짜장면 5그릇 값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만약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지 않아 여전히 ‘짜장면 50그릇’이라면 지금 우리는 외래진료비로 2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소득증가, 노령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의료이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주5일제 근무 등 의사의 공급능력은 감소하고 있다. 임상시험 등 진료 이외 분야에서 의사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통일 이후의 의사수요도 고려해야 한다. 의사 자체의 노령화도 심각해 10년 후가 되면 공급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의료계는 향후 20~30년 뒤에 의사인력의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의사들의 이익을 위해 수십년간 국민들이 희생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의사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도 증가하겠지만 소비자의 혜택은 그보다 더 크다.

대안은 명확하다. 내년부터라도 의대 입학정원을 현재의 3,0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려야 2020년 이후에 국제 평균에 겨우 근접할 수 있다. 국공립 의대를 신설하거나 입학정원외 특례입학을 통해 의사수를 증가시키되, 공공의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원되는 입학생에게 국가가 모든 교육비를 부담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동안 공공의료기관에 의무 근무하게 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저수지에 물이 충분하면 아래 논까지 흘러가지만 모자라면 해갈은 불가능하다. 그 동안 경작지 면적이 2배 이상 늘어났는데도 저수지 용량은 20년 전 그대로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저수지 주인은 적당히 나눠 쓰면 된다고 주장하고, 이런 저런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물값이 여전히 비싸다. 참다 못한 마을 주민들이 정부에 새 저수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정부는 저수지 주인 말만 듣고 무시해버린다. 이것이 오늘의 의사인력에 대한 현실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 "입학 정원·의사 밀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지역별·진료과목별 불균형 해소가 급선무"

한해 3,058명의 의대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2011년 대비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은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한 달에 137군데가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최소 6년에서 최장 16년(의대6년+군대 3년+전공의 수련 5년+펠로우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책효과가 10년 뒤에 나타나는 만큼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며, 인력 양성을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의료인력 수급 적정성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명의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인 숫자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의사 수는 적정한지 짚어보자.

정부나 보건의료학자들이 내세우는 수치는 인구 1,000명당 의사가 몇 명이냐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3.1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25명(2011년 보건복지부 통계연보)이다. 언뜻 보면 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먼저 우리나라 의사 수는 2010년을 정점으로 마의 10만명 벽을 넘어섰다. 인구 10만명당 의대 입학 정원은 6.4명(한의사 포함시 7.9명)으로 미국(6.5명), 캐나다(6.2명), 일본(6.1명)보다 많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의사 수 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5배나 높다.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또 국토 면적 대비 의사 수(의사밀도)를 살펴보면 1㎢당 0.95명으로 벨기에(1.0명)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만큼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사연령은 매우 낮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의사 부족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지표 중 하나가 55세 이상의 의료진의 비율인데, 2009년 OECD의 이 평균비율이 30% 이상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0% 미만이다. 그 이유는 1980년대 17개, 90년대 10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의과대학이 80, 90년대에 집중적으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의료인력 수급의 불균형은 지역별 불균형(대도시 쏠림 현상), 진료과목별 불균형(진료기피과 몰락), 종별 불균형(동네의원 붕괴)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들은 의사 수 총량의 문제가 아닌 효율적 의료이용에 관한 문제다.

특히 지역별 불균형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를 불러 일으켜 상대적인 의사부족을 느끼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 및 진료과목별 불균형은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정책적인 배려로 필수진료과목의 적정 수의 확보와 시니어닥터와 공공보건 장학제도를 활용한 의료취약지구에 장기 근속할 의료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공공의료인력 부족에 관한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다. 현재 공중보건의 배출 숫자는 2012년 기준 대비 4,054명(의과 2,538명)이다. 이 중 필수 공공인력인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에 배치된 숫자는 약 1,600명(전체의 63%)으로 37%가 필수 배치와는 무관한 국ㆍ공립의료원, 민간기관, 검진기관,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배치되고 있어 배치기준에 대한 논란이 시끄러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보건소 및 보건지소가 들어서 있는 의료취약지구 반경 5㎞ 이내에 의원이 79.5%, 병원이 58.4% 분포하고 있어 의료취약지구에 대한 정의도 재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공공보건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한 돈이 시중에 풀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좋지 않아 돈이 안돌고 있으니 조폐공사에서 돈을 마구 찍어 내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임시방편이다. 땜질처방인 셈이다.

이제 더 이상 주먹구구식의 의대 신설이나 의사인력 증가를 논하기 보다는 지역보건의료 수요와 공공의료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체계 확보와 지역보건 육성에 맞는 효율적인 의료인력의 재배치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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